자전거 年 250만대 팔리지만 국내생산은 2만대뿐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자전거 수입대수가 바로 한국 자전거산업의 현주소다. 최근 참살이 바람과 함께 전국적으로 자전거타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 자전거산업은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20일 자전거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시장 규모는 1997년 80만 대에서 지난해 250만 대가 넘을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지만 자전거 생산대수는 2006년 이래 3년째 2만 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연간 70만 대의 자전거 생산국이었다. 1980년대에는 대만과 함께 자전거 수출량 세계 1, 2위를 다퉜다. 10년도 안 돼 산업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몰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나마 정확한 생산대수 파악이 되지 않아 2만 대로 추산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생산 물량이 더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자전거 수입은 크게 늘었다. 2001년 55만 대였던 수입 물량은 2005년 178만 대, 지난해는 192만 대로 집계됐다. 대부분 중국에서 쏟아지는 저가형 자전거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전거산업이 몰락한 이유를 1990년대 초반 중국산 자전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권경배 한국자전거연구조합 이사장은 “중국산 자전거가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갈 때 국내 업체들은 ‘맞불 저가전략’을 구사했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포기한 후 한국 자전거산업이 성장동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가 전략은 결국 생산시설의 대규모 해외 이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똑같은 처지에 있던 대만은 1990년대 초반 정부 주도로 대만자전거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R&D에 투자해 고가 자전거 육성 정책에 나섰다. 대만은 2008년 현재 수출액 13억8000만 달러(약 1조8300억 원)의 세계 1위 자전거 수출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정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자전거 시대’를 역설하면서 “앞으로 1000만 대, 2000만 대의 자전거가 필요할 텐데 이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느냐”고 자전거산업 육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태병 자전거공업협회 전무는 “현재 국내 최대 자전거 업체인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매출액이 757억 원에 불과한데 자전거 제조라인을 깔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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