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아들 건호 씨 ‘뒷돈 수수’ 대리인 내세웠나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왜 어떻게 누가 받을지’ 협의내용이 초점

檢 ‘권 여사 10억’ 盧 사과와 상관없이 수사

盧, 차용증 써준 15억 갚겠다는 시한 넘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8년 2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500만 달러를 전달하기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협의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돈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500만 달러’ 의혹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느냐’였다. 박 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은 500만 달러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 돈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의 몫으로 건네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전 협의가 핵심”=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500만 달러에 대해 알았다는 박 회장의 진술이 좀 더 구체적으로 확정될 경우 노 전 대통령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무엇보다 이 돈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정상적인 투자금”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검은 뒷돈’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회장이 진술한 노 전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가 왜 필요했는지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지 △누구 명의로 주고받을 것인지 △문제가 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해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한 내용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이 이미 합의를 했다면 그동안 노 전 대통령 측 해명이 모두 맞다 해도 혐의 입증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어떤 주장도 수사에 영향 없다”=노 전 대통령 측에서 가장 처음 나온 해명은 연 씨에게 투자 명목의 돈 500만 달러가 송금됐고 계약서는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투자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는 “500만 달러를 송금 받은 계좌의 명의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이 그런 거액을 받는다면 차명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의견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연 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 달러 송금을 요청하러 갔을 때 노 씨가 동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의 하나다. 또한 박 회장은 수사 초기 검찰에서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 쪽의 ‘애들’이 받아갔다. 그중의 한 명이 연철호다”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노 씨와 연 씨는 둘 다 1973년생으로 노 전 대통령 가족 가운데 서로 친했다는 게 노 전 대통령 측 인사의 전언이다.

그러나 노 씨가 동행한 것에 대해 검찰 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 이는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지, 노 씨가 개인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권양숙 여사에게 간 10억 원의 성격은?=7일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며 사과문을 올린 것에 대해 검찰은 “일시, 장소, 금액 등이 전혀 표시돼 있지 않아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 사과문 내용에 대해 진실이 뭔지 밝혀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8일 “권 여사 등장은 어제(7일) 처음 알았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말했다. 검찰은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받았다는 박 회장의 돈 10억 원도 애초에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빌린 15억 원을 아직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0일자로 박 회장에게 써준 차용증에서 ‘15억 원을 연이율 7%로 빌려 1년 뒤인 올해 3월 19일 갚겠다’고 명시해 놓았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신축공사비로 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아직 갚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에 대해 두 사람 간에 사적으로 이뤄진 돈거래로 판단해 특별한 혐의가 없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한 상태다.

그러나 이 돈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다. 비록 박 회장이 지난해 12월 구속된 상태가 됐지만 퇴직연금 외에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노 전 대통령이 1년 뒤에 이자까지 합쳐 16억 원을 어떻게 갚으려 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 돈이 모두 사저 신축공사비로 들어갔다면 돈을 다시 빼낼 방법도 없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애초부터 갚을 의사가 없었거나 문제의 500만 달러가 이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동영상 보러가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