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음미하며 옛길 걸어볼까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퇴계 이황 산책하던 오솔길…

조선 선비의 ‘낙동강 예던길’…

문경새재 과거길 걷기 5년만에 1만5000여명 참가

충무공 백의종군로 등 지자체들 관광상품 개발 한창

“이 험한 길을 따라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느낌이 아주 새로워요.”

경북 구미시에 사는 주부 조계희 씨(51·봉곡동)는 28일 문경새재의 조선시대 과거길을 걸었다. 경북도와 구미의 비영리민간단체인 ‘자연사랑연합’ 주최로 10월까지 5회에 걸쳐 경북지역의 옛길을 걸으며 체험하는 ‘옛길 생태문화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조 씨는 “그냥 등산을 할 때보다 훨씬 유익해 다음 날 이웃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문경새재 과거길은 문경시가 2004년부터 ‘문경새재 과것길 달빛사랑여행’이라는 걷기 코스를 마련해 관심을 끌었다. 새재 1∼2관문 왕복 7km 황톳길을 걷는 이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도 다음 달 11일부터 격주로 토요일에 마련된다.

퇴계 이황과 원효대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의 길’이 되살아났다. ‘걷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역사문화를 복원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맞아떨어지면서 역사의 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30일 선조들이 다니던 낙동강 유역과 백두대간의 ‘영남 옛길’ 1000km를 지역별로 특색 있게 복원해 테마형 생태문화 탐방길로 만드는 구상을 밝혔다. 이황이 사색을 하던 경북 안동의 퇴계 오솔길과 봉화군 청량산의 예던길(선비들이 다니던 길)을 잇는 20km를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조성한 데 이어 올해부터 추풍령 옛길, 안동 간고등어길 등 영남 옛길뿐 아니라 멀리 울릉도의 우산국 옛길까지 생태문화 탐방길을 복원 조성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 옛길 1000여 km를 모두 복원하는 한편 옛길 주변에 흩어져 있는 종택과 주막, 역사(驛舍) 등을 함께 되살려 ‘이야기가 흐르는 영남 옛길’을 꾸민다는 구상이다. 경주∼청도∼영천에 걸쳐 남아 있는 화랑 훈련장을 따라 신라 청년정신의 상징인 화랑도를 체험을 해보는 화랑체험길도 올해부터 추진한다.

경북도 송경창 새경북기획단장은 “영남 옛길을 단순히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역사문화를 체험해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한편 관광상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는 충무공이 백의종군했다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기까지 ‘고난의 길’을 체험하는 길이다. 삼도수군통제사였던만큼 경남뿐 아니라 전라도의 자치단체도 참여해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의 길’ 역할도 기대된다.

경남도는 최근 전남 여수시와 순천시의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의종군로 조성에 관한 최종 회의를 열고 올해 말까지 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진주∼사천∼하동∼산청∼합천을 잇는 백의종군로 161km를 조성해 이순신 장군이 1597년 머물렀던 합천군 율곡면 이어해 집과 진주시 수곡면 손경례 집 등을 올가을까지 복원할 계획이다. 이어해 집은 충무공이 40일 동안 지낸 곳이며 손경례 집에서는 3일 머물다 수군통제사로 다시 임명됐다.

경남도 김종임 이순신프로젝트담당은 “1980년대부터 난중일기를 토대로 충무공의 백의종군로를 고증했기 때문에 길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며 “백의종군로 답사가 활성화되면 충무공의 얼을 되살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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