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돈, 실제주인 아닌 명의자의 것”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따라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돈은 실제 소유자가 따로 있더라도 계좌 명의자의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새 판례가 나왔다.

이는 금융실명거래법하에서도 예금의 실소유자에게 예금 반환 채권을 인정하는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으면 예금 출연자를 예금주로 볼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일부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19일 이모 씨(48·여)가 “내 명의의 계좌에 있는 돈은 남편의 돈이 아니라 내 돈이니, 이 예금에 대한 보험금을 달라”며 모 저축은행의 채권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이 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기업체 등이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예금거래를 한 경우 예금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차명계좌 이용이 크게 억제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2006년 2월 남편 김모 씨와 함께 남편 명의의 통장을 만들고 본인 명의로도 4200만 원을 예금했으나 7개월 뒤 예금 등 채권 지급이 정지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다.

예금보험공사는 김 씨 명의의 예금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이 씨 명의의 예금은 출연자가 남편이라는 이유로 예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이 씨는 소송을 냈고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금융실명거래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 계약을 체결한 예금의 명의자를 계약 당사자로 봐야 한다”며 “돈을 실제로 부담한 출연자를 계약 당사자로 보려면 출연자에게 예금 반환 청구권이 있다는 명확한 합의가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