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스쿨 ‘지역안배 정책’ 유명무실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지방 로스쿨 최종합격자 72%가 서울소재 대학 출신

올해 문을 연 25개 법학전문대학원에는 1997명의 첫 ‘토종 로스쿨생’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로스쿨을 선정할 때 내세운 으뜸 논리는 지역 균형 발전이었다. 그렇다면 지방대 출신들은 로스쿨에 많이 합격했을까? 지방대는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학생들을 많이 받아들였을까?

결과는 당초 우려보다 더 나쁘다.

로스쿨생 4명 중 1명은 서울대 출신이고, 서울 상위권 7개 대학 출신이 전체 로스쿨생의 4분의 3을 휩쓸었다. 지방 로스쿨 합격자의 71.8%(716명)는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었다. 반면 서울 소재 로스쿨에 입성한 지방대 출신은 서울 전체 정원의 2%에 그쳤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25개 로스쿨로부터 받은 최종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 501명, 고려대 303명, 연세대 273명 등 이른바 ‘SKY’ 출신이 54%나 됐다.

일부 대학의 최초합격자 현황은 알려진 적이 있다. 하지만 1, 2차 추가등록까지 마친 최종합격자 분석은 처음이다.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출신까지 합할 경우 7개 대학 출신 합격생은 전체의 72%에 달한다.

지방대 출신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나름대로 선전한 부산대(60명)와 경북대 전남대(이상 44명)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겉보기와는 다르다. 전체 합격생의 절반이 넘는 29∼37명이 자기 학교에 들어갔다.

KAIST, 포스텍, 경찰대를 제외한 일반 지방대의 서울 소재 로스쿨 진입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서울에 있는 12개 로스쿨의 총정원은 1000명. 이 중 지방대 출신은 22명에 불과하다. 성균관대(6명)와 서울시립대(5명)가 가장 많이 뽑았고, 지방대 출신을 한 명도 뽑지 않은 대학도 있다.

지방대의 지방대 차별도 심하다. 지방대 전체 정원 997명 중 다른 지방대 로스쿨에 합격한 지방대 출신은 86명뿐이다. 지방대로 내려간 서울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서울로 유턴할 것이 뻔하다. 애초부터 ‘지방대 선정=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등식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셈이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KAIST와 포스텍 출신이 각각 45명과 15명이나 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전공자를 뽑아 전문화된 법조인을 길러내자는 취지에는 어느 정도 도달했기 때문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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