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산-성남 재활용품 처리장에서 본 경기침체 풍경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경기 고양시 재활용품 수거업체인 세종산업자원 인부들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다. 갈수록 반입량이 줄어들고 있어 벨트가 한산해 보인다. 이동영 기자
경기 고양시 재활용품 수거업체인 세종산업자원 인부들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다. 갈수록 반입량이 줄어들고 있어 벨트가 한산해 보인다. 이동영 기자
중산층 소비 줄어 배출량 ‘뚝’

소주병-몰래 버린 쓰레기 ‘쑥’

분리 수거되는 재활용품이 줄어들고 있다.

중산층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포장재와 용기 등 분리 배출할 물건도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5일 재활용품 수거 처리업체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세종산업자원.

고양시의 300여 아파트 단지 중 80여 단지와 단독주택에서 내놓은 재활용품이 품목별로 쌓여 있었다.

자루에 담긴 재활용품이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지자 10여 명의 인부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플라스틱류를 10여 가지로 세밀하게 분류했고 종이도 신문, 포장박스, 고급지 등으로 분류했다.

2007년 1월 991t이었던 이 업체의 재활용품 반입량은 지난해 1월 875t, 올 1월에는 807t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올 1월에는 설 명절 선물류 거래가 크게 늘면서 포장재로 쓰이는 재활용품이 평소보다 많았으나 재활용품 반입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 업체로 반입되는 전체 재활용품 중 아파트 단지에서 들어오는 양이 60%가량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 감소가 주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업체의 전체 재활용품 반입량은 지난해 9월 994t에서 △10월 958t △11월 827t △12월 649t으로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양시 이종경 청소과장은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소득이 감소해 소비지출이 줄면서 재활용품 배출량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도 2007년 1월 772t이었던 재활용품 양이 지난해 1월에는 738t, 올해 1월에는 701t으로 줄었다. 반면 재활용품 속에 섞어 버린 생활쓰레기 양은 2007년 1월 198t에서 올 1월에는 285t으로 늘어났다.

세종산업자원 정의종 대표는 “재활용품은 줄어드는 반면 재활용품 속에 섞어 내놓은 생활쓰레기는 35%(예년 20%)로 크게 늘어나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재활용품이 줄어든 가운데 오히려 반입량이 늘어난 재활용품목은 소주병”이라고 말했다.

소비는 줄었지만 마시는 소주량과 몰래 버리는 쓰레기만 늘었다는 설명이다.

재활용품이 줄어들고 있지만 처리업체에는 고철과 플라스틱 등 각종 재활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고철 가격은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kg당 200원 정도로 떨어졌고 파지류도 20여 년 전 수준인 kg당 5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어 수거업체는 계속 쌓아만 두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 재생업체에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계절이 바뀌는 철이라 예년 같으면 엄청난 양의 옷가지가 쏟아졌겠지만 각 가정에서 옷가지를 버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여 년을 일했다는 작업 인부 A 씨는 “여기 들어오는 재활용품 양과 종류만 봐도 경기가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갈수록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만 늘어나 일하는 우리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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