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고양 비닐하우스 꽃집들 ‘퇴거 한파’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이행강제금 내게 생긴 땅주인들, 영세 화훼상에 “비워달라” 요구

市 “수용할 유통시설 건립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A 씨(54·여)는 3일 땅 주인이 보낸 ‘3월까지 가게를 떠나달라’는 내용의 증명서를 기자에게 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5년 동안 이 자리에서 생계를 꾸렸는데, 주변 비닐하우스 꽃가게들도 모두 같은 처지라 이전할 곳도 없게 됐다”며 “나도 대통령에게 호소 편지를 써야 살 길이 열리는 것이냐”며 울상을 지었다.

덕양구 일대 그린벨트 내 비닐하우스에서 화훼판매상을 하는 서민은 모두 730여 명에 이른다. 꽃집들은 농가나 도매상으로부터 화훼류를 사들여 도소매하는 영세 영업을 하고 있다. 워낙 마진이 적어 멀쩡한 건물을 임차하기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토지주에게 임차료를 낸 뒤 비닐하우스를 지어 장사를 한다.

규정상으로는 토지주가 자신의 땅을 임대해 주는 건 불법으로 돼 있지만 꽃 판매업은 영세업종이라 그동안 단속 법규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을 눈감아 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불법 내용을 정확히 지적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덕양구청은 2007년에 이어 최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A 씨는 땅 주인의 이사 요구를 받게 된 것.

땅 주인은 1996년 이후에 농지를 취득한 경우에는 임대를 할 수 없고, 임대하면 적발 때마다 매회 공시지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는 농지법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거를 요구했다.

덕양구청은 2007년에도 681개 동의 비닐하우스 꽃가게 단속을 벌여 391개 업소를 고발하고 30개 업소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폈다.

이 과정에서 1996년 이후 명의가 변경된 농지라 임대해서는 안 되는 비닐하우스가 상당수 적발됐다.

결국 땅 주인들이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꽃가게를 비워달라고 일제히 요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졌고 비닐하우스를 빌려 장사하던 서민들만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고발된 꽃가게 중 제때 시정하지 않은 곳은 300만∼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일대의 비닐하우스 꽃가게들은 면적에 따라 20만∼50만 원의 월 임차료를 내는 처지다.

고양시는 꽃박람회를 개최할 정도로 화훼산업을 시 육성사업으로 키워가고 있어 화훼판매상을 무조건 단속만 할 수 없다고 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시는 원당동과 주교동 일대 16만6000m²에 화훼단지를 만들면서 화훼판매상들을 위해 대형 유통시설을 함께 갖추려 했으나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주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고양시는 비닐하우스에서 단속과 퇴거 요구의 어려움을 겪는 영세 화훼상인들을 위해 다시 유통시설 건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그린벨트 해제를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덕양구청 단속계 임창재 담당은 “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영세 화훼판매상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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