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경인운하 해사부두 어디로…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김포터미널 옆 용지案 고촌면 주민 반대로 무산

모래가 물동량 주요 부분

“멀리 옮길수도 없어 난감”

국토부-수공 대체지 고민

이달 말 착공되는 경인운하사업의 주요 시설 중 하나인 해사부두(바닷모래야적장) 용지 선정을 둘러싸고 당국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사부두 예정지였던 경기 김포시 고촌면 주민들이 강력 반발해 국토해양부가 다른 곳에 짓기로 했지만 대체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주민 반대로 새 용지 검토

해사부두는 4만3000여 m² 규모로 당초 행주대교 남단에 지을 예정이었지만 철새 경유지와 가깝다는 지적이 나와 서울 난지도 부근에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 부두를 설립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반대해 김포터미널(약 200만 m²) 바로 옆으로 낙착됐다.

그러자 고촌면 주민들은 ‘고촌면 해사부두 설치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사부두 설치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달 1일 고촌면 신곡초교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찬식 비대위원장은 “해사부두에서 날리는 먼지와 소금기 섞인 모래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생물의 동화작용을 막아 주변을 사막화하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모 씨(38)는 “해사부두를 주택가 근처에 짓는 것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녹색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경인운하 본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비대위, 김포시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대체 용지를 물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인운하 세부설계안을 검토해 4, 5월경 용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해사부두

모래는 경인운하를 통해 운송할 물동량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경인운하를 이용한 물동량 목표치는 2030년 기준으로 연간 △컨테이너 93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모래 1000만 t △자동차 6만 대 △철강재 57만 t △여객 63만 명 등이다.

해사부두를 짓지 않으면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김포터미널에서 취급하는 화물은 모래와 컨테이너뿐이어서 해사부두를 없애면 김포터미널의 기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해사부두를 경인운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으면 모래를 육로로 다시 운송해야 해 물류비용이 늘어나고 경인운하의 건설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해사부두를 지하화하고 차폐시설을 설치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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