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 북한은 35%가 재해 무방비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분석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 이곳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각종 개발과 땔감 채취 등으로 산림의 훼손이 심각해 사리원 지역의 절반(50.8%)은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수정 박사팀은 북한의 자연재해 취약지역을 분석하고 3일 ‘북한의 자연재해 취약지도’를 공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 전체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홍수 등 각종 재난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북한 지역의 자연 환경을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명 박사팀은 기상청과 북한 노동신문, 각종 북한 통계자료 등을 종합해서 토지이용, 강우, 지형, 토양, 과거 재해 이력, 사회상황 등 7개 분야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원격탐사기법을 활용해 북한 지역의 재해 취약도를 안정, 다소 안정, 보통, 다소 취약, 취약 등 5개 등급으로 나눴다.

○ 땔감 마련 등 산림훼손 심각… 해마다 홍수 피해

각종 재해에 다소 취약하거나 취약한 지역은 각각 22.8%(2만7654km²)와 12.3%(1만4978km²)로 전체 지역의 35.1%(4만2632km²)가 대규모 재난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포시, 황해북도, 황해남도, 평안남도, 평양시, 강원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개성시, 자강도 등의 위험도가 컸다. 반면 양강도와 함경북도는 취약등급으로 분류된 지역이 전혀 없었다. 강원도, 남포, 개성, 평양, 황해북도, 황해남도는 안정등급이 전혀 없어 대조를 이뤘다.

재해 발생의 주요 원인은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다. 북한은 오랜 기간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겪으면서 다락밭(계단밭) 건설과 땔감 마련 등으로 산림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산림의 재해 완충능력도 약해져 거의 매해 홍수 재해를 겪고 있다.

명 박사는 “산림 훼손이 많은 곳이 재해에도 취약해 강원도, 황해도, 평양시, 남포시 등 남쪽 저지대 지역에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이 기상정보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경보체계를 공유하는 등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복원해야 할 지역은 황해북도, 황해남도, 평양, 남포 등이다. 경제특구로 따지면 해주, 함흥, 개성 등이 꼽힌다. 남북경협 사업 대상 가운데는 평양, 남포, 개성 등이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규모 피해 가능성이 있다.

유엔은 2007년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국제기후 위험지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06년 자연재해 위험이 세계 2위이고 자연재해에 대비한 사회적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섬·해안 가뭄-호우 등 극한기후에 쉽게 노출

이날 발표에서 명 박사팀의 유가영 책임연구원은 제주와 충남, 인천 등지가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유 연구원은 기후에 대한 노출 정도, 민감도, 부정적 영향에 대처하는 적응력 등 3개 항목을 함수로 정의하고 이를 적용해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 취약도를 비교했다.

취약도를 구하기 위한 변수로는 기반시설, 생태계, 농업, 보건, 경제적 능력, 교육, 환경역량, 산업구조 등 33가지가 사용됐다.

제주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중상위였지만 기후변화에 많이 노출돼 있고 쉽게 반응했기 때문에 취약지역으로 분류됐다. 충남은 극한 기후에 노출되는 정도는 낮았으나 재해에 쉽게 반응했고 기후 변화 대처 능력이 떨어져 두 번째로 취약한 지역으로 기록됐다. 인천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경제적 능력도 높지 않고 산업구조 자체도 1, 2차 산업이 많아 적응력에서 취하위가 되면서 다른 대도시와 달리 취약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강원과 서울은 적응력이 다른 부문의 단점을 메우면서 최상위급에 올랐다. 강원은 인구밀도가 낮고 개발되지 않은 토지의 비율이 높아 환경조건이 좋았다. 서울은 기후변화에 대처할 경제적 능력이 높았다.

유 연구원은 “섬과 해안지역은 가뭄과 혹서, 호우 같은 극한 기후에 노출될 때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반면에 수도권과 대도시는 경제력이 높아 극한 기후에 노출돼도 이에 대응하고 복구할 적응력이 뒷받침돼 취약도가 낮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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