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산 잇는 금강하굿둑 허물자”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충남도-서천군 “수질 개선 위해 불가피… 정부에 건의할 것”

서천군 “오염 심각해 철새도래지 위기”

군산시 “저지대 홍수날수도” 강력 반발

“다리 하나 사이로 생각이 이렇게 다르니 뭐가 옳은지.”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를 잇는 금강하굿둑의 일부를 철거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두 자치단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강하굿둑은 정부가 1990년 농업 및 공업용수 공급과 홍수 예방을 위해 서천과 군산 사이 금강 1084m를 연결한 방조제로, 30m짜리 배수관문 20개가 있다.

이후 바닷물 흐름이 중단돼 한쪽은 민물, 한쪽은 갯물이다.

15일 하굿둑 위에서 바라본 양쪽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금강 내륙 쪽에는 수십만 평의 호수가 형성돼 흰뺨검둥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등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노닐고 있었다.

바다 쪽은 잿빛 갯벌이 돼 있다. 이곳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어선들이 군산 웅포를 거쳐 충남 논산시 강경포구까지 항해하던 뱃길이었다. 지금은 뱃길은 물론 물길까지 막힌 상태.

서천군은 금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하굿둑의 일부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군산시 등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농업 및 공업용수 공급 차질을 우려하며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 전북 용담댐 용수 공급을 둘러싼 전북과 충남지역 자치단체 간 물싸움이 재연될 조짐이다.

▽충남도·서천군=서천군은 강물과 바닷물 간 흐름을 통한 금강 수질개선을 위해 하굿둑 중 200m를 철거하는 것을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건의할 계획.

서천군은 금강 수질을 살리기 위해선 기수역(汽水域·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의 복원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기수역이 복원되면 하굿둑에서 12km 상류인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까지 바닷물이 유입돼 수질이 좋아지고 훼손된 생태계가 되살아난다는 것.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JSA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서천군 안재수 환경보호과장은 “하굿둑 축조 이후 금강호에는 토사가 상류에서 밀려와 오염이 심각하고 어종은 물론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도 상실될 위기”라고 말했다.

서천군의 이 같은 계획은 최근 전국 각지의 방조제 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충남지사도 “금강을 살려내지 못하면 금강을 끼고 있는 지역의 미래도 어둡다”며 서천군의 계획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충남발전연구원에 관련 용역을 맡길 구상도 갖고 있다.

▽전북 자치단체=충남도와 서천군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금강 물을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군산시 등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하굿둑은 정부가 1990년 농업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하굿둑 철거로 바닷물이 유입되면 농업 및 공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고 군산지역 저지대의 범람사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또 3900억 원을 들여 금강∼경포천∼만경강을 잇는 15.8km의 하천을 폭 40m에서 50∼100m로 확장해 하류의 침수 피해를 막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익산시도 농업용수 확보와 뱃길 복원을 위해 금강∼산북천∼탑천∼만경강으로 이어지는 50.1km의 물길을 구상하고 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금강으로 바닷물이 유입되면 모든 구상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천군 측은 금강의 수량과 수질, 지형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구상은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금강하굿둑을 일부 철거해도 금강 중류에 보를 만들면 용수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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