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처벌할 위법사실 없지만 진압작전 과정 아쉬운 점 있다”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발표에 쏠린 눈9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 열띤 취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발표에 쏠린 눈
9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 열띤 취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 검찰 ‘경찰 무혐의’ 판단 근거

검찰은 9일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 수사 발표에서 경찰 쪽에는 어떤 형사 책임도 물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농성 시작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조기 투입한 것이나, 실제 진압작전 실행 과정에서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사전 준비나 경찰의 진압작전 과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혀 충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진압과 화재원인은 별개=검찰은 경찰의 진압작전 때문에 농성자와 경찰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볼 수 없어 경찰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화재는 농성자가 뿌린 시너 위에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이는 경찰이 통제할 수 없는 ‘제3자(농성자)의 독립된 행위’였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경찰 진압→화재 발생’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검찰은 1993년 4월 미국 연방정부가 사교집단(다비드파)의 집단 거주지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총격과 화재 등으로 76명이 숨진 ‘웨이코 사건’의 판례를 참고했다. 당시 생존한 신도와 희생자 유족들은 미 정부를 상대로 과잉진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연방법원은 “신도들의 행위로 화재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사망 피해가 생겼다”며 기각했다.

경찰이 서둘러 농성진압에 나선 것도 “하루 빨리 농성을 진압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만큼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경찰의 작전을 위한 준비가 최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 의혹 제기하자 용역직원 본격 수사=검찰은 사고 전날인 지난달 19일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망루를 향해 경찰이 설치한 소방호스로 물을 뿌렸고, 경찰이 2시간 반 동안이나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경찰을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했다.

고심 끝에 용역직원들에게만 폭력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었지만 이 역시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 이뤄져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진압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김 내정자의 무전기 로그 자료를 확인했지만 무전기 로그 자료가 24시간 동안만 보존돼 진압작전 당시의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늑장 수사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내정자가 먼저 사실관계 확인서를 제출하고 검찰이 뒤이어 추가 확인을 위한 서면조사를 한 것도 ‘모양새 갖추기’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이 농성자와 용역업체 직원 등 28명을 기소하기로 한 반면 경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해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경찰의 무혐의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외 법원 판례까지 검토하면서 ‘죄가 안 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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