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980년 진도간첩단 사건은 조작”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50일간 불법구금-고문통한 자백은 증거 안돼”

18년 복역 석달윤 씨 등 피고인 모두 무죄 선고

1980년 옛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진도간첩단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22일 간첩방조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을 복역했던 석달윤(75) 씨 등의 재심 공판에서 석 씨와 박공심(70·여) 씨, 장제영(81) 씨 등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영장 없이 50일 동안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가족과 변호인을 만나지 못한 채 구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송곳으로 다리 찌르기 등 혹독한 고문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당시 이들의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석 씨는 6·25전쟁 때 월북했다 간첩으로 남파된 친척 박모 씨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고 전남 진도의 바닷가 경비상황 등을 알려준 혐의(간첩방조 등)로 1981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98년까지 18년 동안 옥살이를 했고 나머지 두 사람도 같은 사건에 연루돼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이 사건은 남파간첩의 “북한에서 들었다”는 막연한 진술을 근거로 중정 수사관들이 석 씨 등을 붙잡아 불법 감금한 채 자백을 받은 조작사건이라며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석 씨는 선고 후 법정을 나서면서 “모진 세월 속에 웃음을 잊고 한숨 속에서 살아왔다. 고문을 한 중정 수사관들을 이제는 용서하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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