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백남준 삶과 예술 되짚는 건 한국인의 몫”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백남준 아트센터’ 이영철 관장 “개관 전시 ‘나우점프’ 4만여명 다녀갔어요”

“선생은 천재이자 세계적인 사상가”

“백남준 선생 살아생전 악수 한 번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의 이영철(53) 관장은 백 선생과 일면식도 없다.

1984년 백 선생이 고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 방송국에서 열렸던 공개좌담회를 호기심에 찾아가 방청석 먼발치에서 본 것이 전부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아트센터를 설립한 경기도 측 인사의 제안으로 지난해 3월 초대 관장을 맡게 됐다.

이 관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제적인 미술관의 프레임을 설정해 미술관의 새로운 콘셉트를 실천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관장은 백 선생이나 비디오 아트 분야는 잘 알지 못했고, 백 선생과 친분도 없었다. 이 관장은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직을 2년 휴직하고는 곧바로 아트센터 개관에 몰입했다.

속은 텅 빈 채 건물 뼈대만 있던 아트센터의 공간배치부터 개관기념작 백남준 페스티벌 ‘나우 점프’를 위한 구상 및 기획전시를 직접 지휘했다.

개관전시회는 백 선생과 동료들의 작품 및 기록에 관한 전시 공간, 전위적 퍼포먼스의 행위예술의 기록 등으로 채워진 5개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 관장은 “전시 주제인 나우 점프는 아트센터가 백 선생을 넘어서는 미래의 예술로 도약하고자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4만여 명이 다녀갔고, 관람객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관장은 예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문화전쟁터와 같은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온 전시기획자로 통한다.

학부에서는 사회학을, 대학원에서는 미학을 전공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현대미술비평을 1년간 공부했다. 그는 한 계간 미술잡지에서 2년여간 기자생활을 했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미술비평연구회 민중미술운동의 이론가로 4년간 활약하기도 했다.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서구 언론에서도 호평을 받을 만큼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냈다.

이후 부산비엔날레 총감독을 2차례 했고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경기 안양유원지에 설치한 안양시 공공예술프로젝트 기획 및 총감독 등을 지냈다.

이 관장은 “백 선생은 세계화 시대의 사람에게 필요한 시청각, 춤, 그리고 원격조종에 의한 새로운 소통 방식을 통해 인간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줬다”며 “현대 예술가 중에서도 뛰어난 불세출의 천재 예술가이자 사상가”로 평가했다.

이 관장은 “세계적으로 백 선생의 삶과 예술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짚어내는 작업은 아직 없다”며 “정부, 기업, 학교, 예술인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 아트센터를 백 선생의 예술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또 뛰어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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