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시대 ‘고난의 행군’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실업급여 신청 장사진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실업급여 신청 장사진
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본보 취재팀, 전국 6개 공단-14개 고용지원센터 돌아보니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신청자 작년보다 84% 급증

고용유지금으로 월급 지급업체 한달새 5배 늘어

《“요즘 울산의 근로자들은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삽니다.” 12일 울산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만난 이모(47) 씨. 그는 한 달 전까지 조선업 하청업체인 현우서비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됐다. 하필이면 이 씨의 아내도 요즘 경기가 최악인 자동차부품업체에 다닌다. 남편처럼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이 씨는 “작년 8월만 해도 주말까지 잔업에 야간근무도 했다”며 “하루 쉬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갑자가 일감이 줄면서 해고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위축으로 대기업들이 휴업이나 감산에 들어가면서 그 충격으로 2, 3차 협력업체 근로자가 대거 일자리를 잃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건설현장의 일용직들도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닥친 일자리 대란(大亂)의 한파를 실감하고 있다.

동아일보 경제부 취재팀이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울산,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 전남 목포시 등 14곳의 고용지원센터와 6곳의 공단을 현장 취재한 결과 전국 곳곳의 산업현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해고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부품업체가 밀집한 광주와 창원시, 조선소 협력업체가 많은 목포시와 경남 거제시 등의 일자리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14일 목포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김모(34) 씨는 지난해 12월까지 현대미포조선에 철판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김 씨는 “요즘 목포에서 철판업 관련 일자리를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종종 나오는 퀵서비스 일이라도 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신주마다 ‘어음할인’ ‘신용대출’ ‘공장 땅 급매’ 등의 광고지로 을씨년스럽게 도배된 울산 북구 효문공단.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의 한 직원은 “지난달 초부터 정규직은 순차적으로 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비정규직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요즘 전국의 82개 고용지원센터는 실업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9만3060명으로 전년 같은 달(5만504명)보다 84.3%나 늘었다.

그러나 ‘일자리 대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문을 닫지 않고 휴업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월급을 주는 업체가 지난해 11월 1300여 곳에서 12월에는 7400여 곳으로 한 달 사이 5배 이상 늘어났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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