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젓갈… 메주… ‘테마마을’이 떴다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 특화상품으로 도시 부럽지 않은 수익 창출

3일 오후 3시 충남 예산군 광시면의 ‘광시한우타운’.

마을을 가로지르는 2차로 도로변에는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길 양쪽에 늘어선 정육점과 식당 앞에는 외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인들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점심도 굶은 상태였다.

농촌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테마마을이 새로운 ‘블루 오션’(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새로운 수요 창출과 고수익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시장)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마을의 특산물이나 환경, 역사 등을 브랜드화해 많게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도심보다 오히려 윤택한 생활을 누리는 곳이 늘고 있다.

예산 광시한우타운은 1980년대 중반만 해도 7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주민 김만식(53) 씨가 1982년 원조격인 ‘매일한우타운’을 개업해 한우 암소만을 판매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김 씨는 “육질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새끼를 두 번 낳은 30∼36개월짜리 한우 암소만을 도축해 판매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업 전략이 소문나면서 한두 집씩 늘어났고 지금은 40여 집으로 늘었다.

계원 15명과 함께 이곳에 온 한순영(50·여·인천 남구 학익동) 씨는 “한우 암소만을 판매한다기에 믿고 찾았다”고 말했다.

도회지로 나갔던 사람들도 되돌아왔다. 부인과 함께 서울에서 은행을 다녔던 박동선(33) 씨는 3년 전 부인과 함께 서울 생활을 접고 이곳에 정착해 정육점을 냈다. 동명정육점 김동근(30) 씨도 충남 천안시에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했다.

광시면 이윤우(41) 산업계장은 “연간 5000여 마리가 도축되고 매출액만도 어림잡아 400억 원을 웃돈다”며 “마트, 호프집, 미장원 등도 잇따라 들어서 시골마을이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충남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독배마을.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코끝을 찌르는 젓갈 냄새가 먼저 반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 양쪽에는 새우젓과 김 판매점이 40여 개 몰려 있다. 새우젓, 명란젓, 어리굴젓이나 김을 사러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5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한적했다. 충남 서해포구 중 유일하게 철도와 연결되던 독배항은 한때 번영을 누렸으나 뱃길이 막히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

하지만 마을 뒷산에 있는 토굴에서 숙성시킨 ‘토굴새우젓’을 브랜드화하면서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주말 하루 3000∼4000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상인조합 신성택(49) 회장은 “업소마다 매출액이 달라 정확한 집계는 할 수 없지만 젓갈 판매량이 연간 300억 원은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을 거둔 테마마을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탄생한 게 특징이다.

65가구 주민 120여 명이 사는 전남 강진군 군동면 신기마을은 못생긴 메주를 팔아 부자가 됐다. 지난해 이 마을에서 만든 전통 메주는 10kg들이 1만여 박스로 2억5000만 원어치에 이른다.

재래종 콩 주산지인 신기마을은 1991년부터 부녀회원 20여 명이 가마솥에 장작불로 삶은 콩으로 메주를 빚어낸 뒤 짚으로 매달아 발효시킨 전통방식으로 서울 등 수도권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

이 마을 부녀회장 백정자(72) 씨는 “친환경으로 재배한 국산 콩에다 5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만을 고집하고 물도 지하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동아닷컴 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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