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첨단수술은 서울’ 편견 버리세요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6시 46분


“흔히 로봇 수술은 의사가 아닌 기계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집도 의사의 정확한 지식과 세밀한 손동작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최근 로봇 수술 100회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북대병원 로봇수술팀장 최규석(47·대장항문 외과) 교수는 18일 “이제 굳이 수도권의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로봇을 이용한 정교한 수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27일 로봇 수술을 시작한 후 약 1년 만인 15일 남성 환자의 전립샘암 수술을 해 로봇 수술 100회 성공에 도달했다. 로봇 수술 100회 성공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수도권의 일부 의료기관에서 달성됐으나 지방에서는 경북대병원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팀은 지금까지 전립샘암 44회와 대장암 및 직장암 41회를 포함해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부문의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로봇 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술방식에 로봇 기술을 응용한 첨단 수술기법.

외과의사가 원격조종석에서 마치 수술하듯 손놀림을 하면 로봇팔이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며 수술을 수행하는 것이다. 컴퓨터 제어시스템으로 손 떨림을 방지할 수 있다.

장기 등의 부위를 확대해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어 정밀수술이 가능하고 신경이나 혈관 손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게 특징.

하지만 수술비용이 회당 1000만 원 정도로 다소 비싼 편이다.

그는 “그동안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로봇 수술 도중 잘못돼 중간에 포기하고 배를 가르는 개복(開腹) 수술로 전환한 사례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안정성을 확인했다”며 “특히 전립샘암 환자의 경우 골반 내 신경 손상 없이 수술이 가능해 개복 수술의 부작용으로 지적돼 온 요실금과 발기부전 현상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장암 수술의 경우 로봇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흉터를 남기지 않고 시술하는 등 독자적인 수술 기법을 고안해 냈다”고 소개했다.

“올해 3월 위암에 걸린 30대 여성의 배를 열지 않고 배꼽을 통해 로봇 수술에 성공했습니다.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여성 환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죠, 정말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현재 전문의 6명과 간호사 4명 등 총 10명으로 로봇 수술팀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996년부터 12년간 1400여 명의 대장암 환자를 수술해 이 분야 최다 수술 경력을 갖고 있다.

최 교수는 “로봇 수술 100회 성공을 계기로 지역에서도 ‘명품수술’ 시대가 열렸다”며 “앞으로 위암 등 다양한 분야로 수술 적용 범위를 넓혀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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