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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1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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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병원의 수술실에서 국내에서 만든 ‘흡수성 수술용 봉합사(체내에서 녹는 수술용 실)’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실은 섬유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바이오 의료 분야에 뛰어든 삼양사의 20년 노력이 빚어낸 결실이다.
삼양사는 본드나 연고처럼 수술 부위에 바르면 바로 봉합이 되는 미래형 봉합 물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밤을 밝힌 20년 연구의 결실=1994년 대전 유성구 화암동 삼양사중앙연구소의 의료용구 개발팀은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7년 전부터 ‘몸에서 녹는 수술용 실’을 개발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유 기술을 가졌다고 섣불리 나선 것이 무리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 끝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연구원을 4명에서 10여 명으로 늘리고 원료의 분석부터 봉합사의 코팅, 건조까지 전 공정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밤새워 연구를 거듭했고 실패한 제품들은 연구실 한쪽에 수북이 쌓여 갔다.
이렇게 노력한 지 3년, 연구개발에 나선 지 10년 만인 1997년 마침내 경쟁사인 미국의 에치콘사 제품과 동등한 수준의 봉합사를 개발했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양사는 그해 과학기술처의 ‘KT(Korea Good Technology) 마크’와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흡수성 수술용 봉합사는 기존의 봉합사와 달리 상처가 아문 뒤 실이 수분에 분해되면서 인체에 흡수돼 별도의 제거시술이 필요 없다.
이 연구소 의료용구프로그램 책임연구원인 고영주 박사는 “봉합사는 수분에 녹아야 하지만 일정기간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강도가 빨리 떨어지면 봉합에 문제가 생기고 너무 늦으면 흉터가 생긴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 세계시장의 15% 점유 목표=현재 이 회사는 ‘트리소브’와 ‘트리소브 레피드’, 바늘이 달린 완제품인 ‘써지소브’ 등의 봉합사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외상과 감염을 최소화한 신제품 ‘모노소브’, ‘모노패스트’, ‘네오소브’ 등의 상업화에도 성공했다.
모노소브의 경우 원료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기술로 개발했다. 이러한 모노필라멘트 형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은 삼양사와 에치콘사 단 두 곳만 가지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3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봉합사 시장은 미국의 에치콘과 타이코, 독일의 비브라운 등 이른바 ‘빅3’가 독점했다.
여규동 의료용구프로그램 팀장은 “삼양사는 이 분야의 후발 주자이지만 생산제품의 96%를 34개국의 70여 개 회사에 수출하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 봉합사 시장의 7∼8%를 점유하고 있지만 2013년까지는 두 배 정도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1924년 설립된 삼양사는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2010년 매출 6조 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화학, 식품, 의약, 신사업 부문을 핵심성장 사업군으로 정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봉합사 외에도 항암제(제넥솔), 금연보조제(니코스탑), 관절염 치료제(류마스탑), 여성호르몬제(에스트란)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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