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8>한국기계연구원

  • 입력 2008년 11월 6일 06시 49분


“신문속의 동영상? 꿈만은 아니죠”

수년 전 국내에서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는 ‘프리크라임’ 팀장이다. 탁월한 감각으로 능력을 인정받지만 누군가의 음모로 자신이 살인자가 되는 미래를 보고 도망자가 된다. 그는 도주 중 잠시 한숨을 돌리려다 신문 속의 동영상에 자신의 수배된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급히 자리를 뜬다.

이 영화가 설정한 미래는 2054년이다. 하지만 얇은 종이신문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세상은 그보다 빨리 찾아오고 있다.

▽그리는 대로 종이 속에 구현되는 세상=만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대로 현실이 된다면 ‘기술’이 아닌 ‘요술’이다. 하지만 이 요술 같은 기술이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에서 태동하고 있다.

이 연구원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가 개발 중인 인쇄전자 기술은 특수잉크로 얇은 필름이나 종이에 신문을 인쇄하듯 전자회로와 센서, 디스플레이, 전자 부품 등을 구현한다. 안테나가 인쇄된 필름과 종이는 그대로 안테나 역할을 한다.

김동수 본부장은 “얇은 필름이나 종이에 특수 잉크를 여러 번 인쇄하면 그 인쇄된 필름이나 종이는 미세한 나노(nano)의 세계에서 하나의 입체적인 실체인 셈”이라며 “여기에 유비쿼터스 무선통신 기술을 접목하면 영화처럼 종이에서 동영상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 본부는 인쇄전자를 위한 ‘롤투롤 복합프린팅 장비’를 2005년 개발했다. 조정대 롤투롤인쇄전자공정장비팀장은 “초정밀 제어 및 공정기술과 관련된 30여 개의 특허가 이 장비에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상한 생선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은 없어=인쇄전자 기술로 만들어진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태그와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센서, 배터리 등을 포장지에 부착하면 물건을 운송하는 과정에서의 온도, 신선도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생선이 상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폐기할 수 있어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야 처분하느라 물류비용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진다.

RFID 태그는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정보를 초소형칩(IC칩)에 내장해 이를 무선주파수로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자태그’ 또는 ‘스마트 태그’ 등으로 불린다. 바코드를 대체할 차세대 인식기술로 활용도가 높다.

RFID 태그를 제품과 장바구니에 붙여 놓으면 마트에서 쇼핑할 때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즉시 계산이 이뤄진다.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도 없어진다.

일부 휴대전화 회사들은 구리 도금이 필요한 회로기판을 인쇄전자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기술이 실현되면 초미니 초저가의 휴대전화가 탄생하게 된다.

김 본부장은 “저가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쇄전자 기술이 개발되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현재 국내외 대기업들이 우리 연구원의 롤투롤 복합프린팅 장비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1976년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출발했다. 이상천 원장은 “국가 연구개발 방향과 연계해 기계분야 산학연의 중심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사이트(www.donga.com/news/dea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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