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7>한국지질자원연구원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6시 09분


‘한반도 속살’ CT촬영하듯 샅샅이

‘경기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재개발 아파트가 폐광 갱도 위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부천시와 시행사는 입주에 앞서 아파트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지반(地盤)에 대한 안전진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2003년 3월 13일자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이다.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없다”는 대한광업진흥공사의 발표에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민들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 나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비로소 수긍했다.

‘지구의 속살’을 파헤치는 이 연구원의 업무는 이처럼 우리 생활과도 깊숙이 연관돼 있다.

▽“우리 확답 없으면 원자로 못 세워요”=신체를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로 촬영하듯 지하를 탐사해내는 업무는 이 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실이 맡고 있다. 이들은 전자기파 레이더파 전기 등을 활용해 지하의 정보를 알아낸다. 이명종 박사는 “눈이 가시광선을 감지함으로써 물체를 인식하듯이 물리적인 반응으로 물질을 탐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하 100∼200m는 비교적 정확하게, 10여 km 깊이까지도 개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999년 국가지정연구실이 된 뒤 국내 지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로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의 지하 구조를 이미지 영상으로 확보해 지반의 안정성 등을 판별해 준다.

철도공사는 북한강 중앙선 철도 교량을 건설하면서 설계를 변경해 교량의 위치를 바꾼 적이 있다. 연구원의 조사 결과 지반이 연약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리탐사는 발굴 조사처럼 땅을 파헤치지 않고 땅속 유적의 존재 여부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금관이나 허리띠가 어느 지점에 있다’는 식으로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알아낼 수 있다. 충남 부여 일원의 백제 유적 발굴 계획에도 이 연구원의 지질탐사 결과가 반영돼 있다.

이 박사는 “원자로도 우리 연구원의 확답이 없으면 세울 수 없다”며 “지반조사의 중요성이 많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 보듯 지하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이 연구원은 지반 상태를 3차원에 이어 4차원으로 정밀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공간(3차원) 개념에 시간을 보탠 것. 이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하구조의 변화도 알아낼 수 있다.

이 연구원이 개발한 레이저파와 전기를 이용한 지반탐사 소프트웨어는 일본과 호주 등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김정호 책임연구원은 “우리의 지반탐사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며 “앞으로 토목과 지하수 개발 등의 기술과 결합해 지하 정보를 정량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와 주변 해역, 해외의 지질조사와 부존자원 연구 등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 연구원은 1918년 지질조사소로 출발해 올해로 90세 생일을 맞았다. 장호완 원장은 “앞으로는 지하자원의 탐사와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 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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