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7세이하 39% ‘아토피’ 경험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초등생 14%-중학생 22% 아토피 앓고 있어

인스턴트 식품 피하고 생선류 섭취 늘려야

두 살배기 딸 지민이를 둔 주부 김유정(29·서울 대림동) 씨는 요즘 부모님이 사는 시골로 이사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민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팔꿈치와 목 부위에 아토피 피부염이 생겼다. 최근에는 증상이 심해져 짜증이 늘고 밤에는 잠도 잘 못 잔다. 자녀의 고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김 씨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가족 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김 씨 가정만이 아니다. 서울에 사는 7세 이하 영유아 10명 중 2명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토피를 앓은 경험이 있는 영유아의 비율은 무려 39.0%였다.

○아토피 영·유아 절반은 수면장애

서울시가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만 0∼7세 이하 미취학 아동 64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토피 질환 실태 및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19.2%가 현재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63.7%는 2세 미만에 처음 발병했으며, 아토피 피부염 어린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7%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아토피와 관련해 이처럼 대규모로 역학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천식 또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어린이 가운데 30.9%가 비염을 앓고 있었으며 결막염은 12.8%, 천식은 11.3%였다.

이들 부모의 86.2%는 서울의 환경이 자녀의 아토피 피부염 증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답했고, 자녀를 위해 이사를 갈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19.5%에 달했다.

○가족력 및 새집증후군과 밀접

아토피 피부염을 포함한 알레르기 질환은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시가 같은 기간 시내 초등학생 4726명과 중학생 43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단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14.5%, 중학생의 22.2%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비염의 비율은 초등학생 33.9%, 중학생 24.8%였다.

이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가족력이었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은 경우 자녀가 이를 물려받을 확률이 아토피 피부염은 약 6.9배, 비염은 6.8배로 나타났다.

또 출생한 지 1년 이내에 새 집이나 수리한 집으로 이사했을 때 아토피 피부염이 생길 확률은 약 2.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홍수종 박사는 “아토피 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위축’ ‘우울’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학교생활과 교우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라면 피하고, 생선류 섭취 늘려야

식생활도 아토피 질환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토피 질환 환자군은 라면과 카레 등 인스턴트식품의 섭취 빈도가 높은 반면 생선류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라면을 하루 평균 3분의 1봉지 이상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토피 피부염 위험도가 2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생선류를 매일 반 토막 이상 먹으면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위험도가 0.7배 낮아졌다.

또 가계 소득이 낮고, 모유 수유 기간이 짧으면서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이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는 심사평가원 진료비 자료와 설문조사를 통해 20세 이하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1인당 연간 의료비를 431만7000원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21일 오후 2시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토피 질환 실태 및 역학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고 다양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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