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합원도 외면한 ‘그들만의 체험학습’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겨우 11명밖에 참여하지 않는 시험거부 ‘체험학습 투쟁’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해야 합니까.”

전국교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8일 초등 3학년생 대상의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반대하기 위해 경기 포천에서 실시한 체험학습이 싱겁게 끝나자 서울시교육청은 안도하면서도 허탈해하는 모습이었다.

체험학습에는 130여 명이 참여했지만 3학년은 서울 10명, 대전 1명 등 11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교조 교사와 진보단체 회원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행동지침’을 통해 엄청난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학교를 떠나도록 독려하고 조합원 교사들에게도 ‘옆자리 친구들과 상의해 문제풀기’ 등 사실상 사보타주를 유도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이처럼 서울지부가 학부모는 물론 조합원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은 학생의 학습권보다는 교원단체의 이기적인 운동 논리를 앞세운데 대한 심판인 셈이다.

전교조 본부도 서울지부의 이런 행동이 마뜩찮았는지 체험학습 당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일제고사를 중지하라”며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14, 15일 학업성취도평가는 거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교조 본부가 서울지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교조 내의 12월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간의 경쟁에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편법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 때문에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명분 없는 시험거부 투쟁을 벌인다는 눈총을 받았다.

한 교육운동단체 대표는 “나도 교육운동을 하지만 학부모가 시험을 거부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참 ‘대단한’ 학부모들”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가르치는 교육철학은 부모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학생들의 기초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주 쉬운 수준에서 평가하는 것이 학생 인권을 그렇게 침해하고 교육을 망치는 정책인지 납득할 수 없다.

전교조는 입만 떼면 ‘평등 교육’을 외치지만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지원이야 말로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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