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유해 TV프로 시청 뚝!”

  • 입력 2008년 10월 7일 05시 21분


선정 폭력 불륜 범람… 학습방해 넘어 부작용 심각

《“어느 집은 아예 TV를 없애 버렸다던데….”

초중고생 자녀를 둔 가정 가운데 TV 시청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녀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TV 때문에 학습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고사하고 최근에는 케이블TV가 보편화하면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의 저속한 방송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모는 TV를 즐기면서 자녀에게만 무조건 못 보도록 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 자녀가 유해한 프로그램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청지도를 하는 것이 자녀를 어떤 학원에 보내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모의 의무가 됐다.》



○ 불륜, 폭력 갈수록 심해져

연인관계인 20대 남녀가 스튜디오에 나와 서로에 대한 불만을 낱낱이 털어놓으며 설전을 벌인다(Mnet ‘이특의 러브파이터’). 커리어우먼 연상녀가 연하남을 ‘펫(애완동물)’으로 ‘분양’ 받아 한집에서 함께 산다(Comedy TV ‘나는 펫’). 헤어진 연인이 어떻게 사는지 몰래카메라로 추적한다(Mnet '추적! X-보이프렌드'). 유명가수가 불량 여고생들의 보호자가 되어 한 집에 산다.(Mnet ‘전진의 여고생’)….

현재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다. 케이블에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요즘 대세다. 대체로 평범한 젊은 남녀의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는 게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 비속어, 은어, 욕설이 난무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행동도 여과 없이 방송된다.

초등학생들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이라고 100% 안전한 건 아니다. 최근에는 시간대에 따라 고등학생,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을 편성하는 추세이기 때문.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수입 애니메이션도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상파 방송에도 청소년이 봐서는 안 될 만한 내용이 버젓이 방송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마다 불륜, 가정폭력, 이혼, 혼전임신, 혼인빙자 사기 등 극단적인 상황이 등장하는 것은 예사다.

서울YMCA 청소년사업부 안수경 간사는 “스스로가 TV와 함께 성장한 세대인 요즘 30, 40대 부모들은 TV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자녀가 봐서는 안 될 프로그램을 별 생각 없이 함께 시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익한 프로그램 방영때만 ‘TV ON’

○ 시청 지도 어떻게 하나

TV시청 지도. 말로는 쉽지만 실제론 어렵다. 엄마로선 “무조건 보지 말라”고 해서는 아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TV 시청지도도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으로 나눠 ‘전략적’으로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지상파는 좋은 프로그램을 ‘골라서’ 보도록, 케이블은 나쁜 프로그램을 ‘피해서’ 보도록 지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

○지상파

①연령등급을 지켜라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연령등급은 △전체 △7세 △12세 △15세 △19세 이상 시청가로 나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프로그램을 폭력성, 선정성, 언어사용 정도에 따라 분류한 것. 영화관에 들어갈 때도 나이에 따라 ‘입장 제한’을 하듯 TV를 볼 때도 부모가 프로그램 연령등급에 따라 엄격히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

서울YWCA 주부방송모니터단으로 활동 중인 조용경(52) 씨는 중학 2학년인 딸에게 프로그램 연령등급에 맞춰 TV를 시청하는 훈련을 철저히 시켰다. 이제 딸은 ‘19세 이상 시청가’ 표시가 나오면 알아서 방으로 들어간다.

②일주일간 볼 프로그램을 미리 정하라

신문에 있는 TV 편성표를 일주일 간 모아뒀다가 자녀와 함께 그 주에 볼 프로그램을 정해보자. 자녀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과 부모가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골고루 섞는 것이 좋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가 이 계획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

좋은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울YWCA 주부방송모니터단은 △다양한 직업세계를 보여주고 땀 흘려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체험 삶의 현장’(KBS 1)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주주클럽’(KBS 2)과 ‘동물의 왕국’(KBS 1) △세계를 향한 관심을 넓혀주는 ‘세계테마기행’(EBS) △인간애를 느끼게 하는 ‘인간극장’(KBS 2)을 자녀와 함께 보기 좋은 프로그램으로 추천했다.

1주일∼1개월 TV 안보기 운동을

자녀가 보고자하는 프로그램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어떤 프로그램인지 사전에 ‘공부’해도 좋다.

③TV 안보기 운동을 실천해보자

매년 5월 첫째 주 ‘TV 안 보는 주간’ 캠페인을 벌이는 ‘TV 안보기 시민모임’은 각 가정에서 1주 혹은 1개월 정도 TV를 시청하지 않는 ‘TV 안보기 운동’을 권했다(그래픽 참조). 이 운동은 하나의 특별한 가족 이벤트로서 엄숙하고 진지하게 실천해야 자녀도 책임감을 느낀다.

TV를 보지 않는 기간은 가족나들이에 좋은 봄이나 가을로 정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또 아빠들이 스포츠 중계방송을 많이 보는 시즌이나 아이의 방학기간, 연휴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케이블

요즘 10대는 지상파보다 자극적인 케이블 채널을 더 선호한다. 케이블 TV에 대한 시청지도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심각성에 따라 ‘3단계’ 조치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케이블 프로그램에 대한 중독이 미미한 정도라면 셋톱박스에 특정 채널 잠금 설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단, 비밀번호를 집 전화번호나 생년월일 같은 뻔한 번호로 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요즘엔 특정 채널에 잠금 설정을 먼저 해놓고 부모 몰래 자기만 보는 중고생도 적지 않다. 따라서 아이가 이런 방법을 이미 꿰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최후의 수단은 TV를 아예 끊는 것. 그러나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다 보면 부작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TV를 끊으면 제 방에 있는 컴퓨터로 몰래 보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프로그램 당 500∼1000원만 결제하면 얼마든지 인터넷으로도 TV를 볼 수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TV를 아예 못 보게 하는 것보다는 특정 프로그램만 정해놓고 함께 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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