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잠자고 있는 ‘장롱폰’ 없으세요?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폐휴대전화 한 해 1449만대… 수거는 41%뿐

“전에 쓰던 휴대전화기 어디에 두셨나요?”

올해 8월을 기준으로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4514만여 명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대비 92.9%로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기는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수명이 무척 짧다. 2007년 설문조사 결과 이용자의 80% 이상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휴대전화기를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쓰는 휴대전화기지만 남 주기는 아깝고, 팔자니 제값을 못 받는 것 같아 팔지도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 안에 쌓여 가는 ‘장롱 폰’은 늘어만 가고 있다.

쓰지 않는 휴대전화기도 제대로 된 처리과정을 거치면 환경도 보호하고 자원도 절약할 수 있다.

○ 그냥 버리거나 태우면 환경오염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1449만 대의 폐휴대전화기가 발생했고 이 중 41%인 594만 대만 사업자 등에 의해 수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수거되지 않은 휴대전화기 854만 대는 가정의 장롱이나 서랍 속에 방치돼 있거나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소각 혹은 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수백만 대의 폐휴대전화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 한 대에는 납 0.26g, 카드뮴 2.5ppm, 코발트 274ppm, 베릴륨 140ppm, 비소 20ppm 등 다양한 종류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납은 신경 조직 파괴·간 손상 등을, 카드뮴은 폐와 신장 손상·단백뇨·후각상실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휴대전화기의 인쇄회로기판에 포함된 브롬계 난연제는 소각될 경우 환경호르몬과 발암 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정도 소각되면 유독물질인 다이옥신을 생성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006년 한 해에 방치된 854만 대의 휴대전화기에 포함된 납의 양은 약 2220kg. 물 1L당 납 성분이 0.05mg을 넘지 않아야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2220kg의 납은 약 4000만 t의 물을 마실 수 없는 물로 오염시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 이동통신 대리점-AS센터 통해 회수

폐휴대전화기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제조사 직영점, 애프터서비스센터 등을 통해 회수된다.

그중 상태가 양호한 경우엔 1차 수리를 거쳐 임대전화기 등으로 재사용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와 이동전화 시스템이 같은 나라에 수출되기도 한다.

임대나 수출이 불가능하면 전화기를 부수거나 녹여 그 속에 포함된 금속을 뽑아내 재활용하기도 한다.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휴대전화기 1t에는 금 280∼400g, 은 2kg, 팔라듐 140∼300g, 로듐 300g, 구리 140kg, 코발트(배터리) 274kg이 들어 있다.

뽑아낼 수 있는 금속의 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휴대전화기가 일반쓰레기로 버려질 때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을 고려하면 재활용은 오염을 줄이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

2005년 기준으로 수거된 휴대전화기 중 재사용은 5.5%, 수출이 25.9%, 재활용 58.2%, 기타 10.4% 등이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김영훈 자원재활용과장은 “집에 방치해 둔 휴대전화기는 결국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수거를 통해 재활용하면 중금속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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