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명량’…블록버스터 축제가 온다

  • 입력 2008년 9월 18일 20시 05분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은 10월 11∼14일 전남 해남군 울돌목 일대에서 ‘2008 명량대첩 축제’를 연다. 명량해전 재현 행사에는 130여 척의 배와 1300여 명이 동원된다. 지난해 명량대첩 해상 전투 장면의 모습. 사진 제공 전남도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은 10월 11∼14일 전남 해남군 울돌목 일대에서 ‘2008 명량대첩 축제’를 연다. 명량해전 재현 행사에는 130여 척의 배와 1300여 명이 동원된다. 지난해 명량대첩 해상 전투 장면의 모습. 사진 제공 전남도
울돌목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과 진도군 사이의 바다. 가장 좁은 부분의 너비가 294m로 물길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20리 밖까지 들린다고 해 '명량해협(鳴梁海峽)'으로 불린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빠른 물살을 이용해 12척의 배로 130여 척의 적선을 궤멸시킨 바로 그 곳이다.

411년 전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날 대승전을 기리는 '2008 명량대첩축제'가 다음달 11일부터 나흘간 울돌목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는 여느 지역축제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00여 명의 주민이 해상 전투 장면을 재현하고 영화감독이 기획과 총연출을 맡아 초대형 야외 총체극(초대형 뮤지컬)을 꾸민다. 축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공동으로 개최한다.

●'어게인(Again) 명량'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진도대교 뒷산에 봉화가 피어오르자 울돌목 서쪽 바다에서 왜군의 안택선 100여 척이 모습을 드러낸다. 맞은편에서는 조선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 13척이 물살을 가르며 나타나 왜선을 가로막는다.

이순신 장군을 태운 장군선이 순식간에 왜선에 포위되자 대장 깃발인 초요기(招搖旗)가 올라간다. 화포가 불을 품고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화포를 맞은 왜선이 불에 타고 왜군들이 바다에 뛰어든다. 왜선들이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판옥선이 뒤를 ¤는다. 승전보를 알리는 북소리와 조선 수군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진다.

축제 개막일인 11일 오후 울돌목에서 펼쳐질 명량해전 장면이다. 재현 행사에는 해남과 진도 어선 150여 척이 동원되고 주민 1300여 명이 참여한다. 해상 전투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턴트맨이 투입되고 5000여만 원 상당의 화약이 쓰인다.

관광객들은 진도대교와 해남군 이 충무공 기념공원에 마련된 관람석(5000석)에서 축구 경기를 보듯 눈앞에서 펼쳐지는 실전과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해상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전투를 형상화한 춤과 노래로 총체극이 무대에 올려진다.

이어 3만여 명에 달하는 관광객과 주민이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에서 손에 손을 잡고 10리(4㎞)길 강강술래를 펼쳐 보인다.

유영관 전남도 관광산업 담당은 "울돌목은 조류가 빠르기 때문에 물의 흐름이 가장 느린 오후 4시 50분부터 40분 동안 재현 행사를 갖기로 했다"며 "관광객들은 411년 전의 명량대첩을 다시 보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축제의 진화

이번 축제 총감독은 영화 '동승'을 만든 주경중 씨. 영화감독이 지역축제를 기획,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감독은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재현 행사는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할 만큼 스펙터클하게 연출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축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官) 주도가 아닌 주민 참여형 축제로 꾸민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주민 삶 속에 녹아내려온 이야기를 마당놀이로 꾸민 '명량 21품 마당극'이다. 해남군 14개 읍 면, 진도군 7개 읍면 마을 주민들은 '서외도깨비굿' '다시래기' '황씨 열녀문' '옥녀봉 전설' 등 독창적으로 만든 21개 작품을 축제기간에 선보인다.

'세계 굿 페스티벌', '강강술래 전국대회' 등 독창적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서울에서 축제장까지 2700여 명이 자전거와 버스·열차로 이동하는 '백의종군 랠리'를 비롯해 '거북배' 승선, 울돌목 물살 체험, 신호 연(鳶)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해남=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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