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현수막의 재발견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폐현수막 다양한 활용… 전자현수막 도입후 불법 설치 줄어

서울 관악구 봉천4동 GS마트 입구에는 다른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바구니 판매대가 있다.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팔고, 도로 가져오는 손님에게는 돈을 돌려주는 곳.

천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가격이 500원으로 비닐봉투보다 비싸지만, 현수막을 재활용한 장바구니여서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수거 후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은 불법 현수막들은 각 구의 골칫덩어리였다.

하지만 이제 전자현수막이 설치되고, 기존의 현수막은 친환경 농가의 농작물 보호 덮개나 주부들의 장바구니로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현수막 줄이기부터 재활용까지 각 구의 아이디어 전쟁을 엿봤다.

○ 현수막 수거에 장애인 고용

송파구는 현수막 수거에 장애인들을 고용해 장애인 자활을 지원하는 한편 수거된 현수막은 농가의 농작물 보호용 덮개로 재활용하고 있다.

기존 1만 원가량의 보온덮개 대신 현수막을 1, 2장 겹쳐 덮어 놓으면 잡초가 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농작물을 보호하는 데에도 좋아 농가에선 현수막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강원 평창군에서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돈선(45·여) 씨는 “5월부터 고구마, 감자, 토마토 밭에 현수막을 쓰고 있는데 잡초 방지용으로 아주 좋다”고 말했다.

관악구에서는 현수막을 주부들의 장바구니로 활용 중이다.

구 건축과 광고물관리팀이 거리 곳곳에서 떼어낸 폐현수막을 관악봉천자활센터에 넘기면 센터 내 환경개선사업단이 이를 장바구니로 탈바꿈시킨다. 환경개선사업단은 이렇게 만든 장바구니를 구청 근처 봉천4동 GS마트에서 판매한다.

○ 현수막 대신 전자현수막 세운다

서초구에서는 현수막으로 골머리를 앓다 아예 새로운 방식의 ‘발광다이오드(LED) 전자현수막’을 도입했다.

단속반 38명을 주야 교대로 편성해 단속을 해도 일손이 모자라고 폐현수막 처리비용만 한 해 12억 원이 드는 현실에서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현수막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서초구는 지난해 시범 설치한 강남역 사거리에 이어 교대역, 방배역, 양재역, 신사역, 강남 성모병원 사거리 등 주요 거리에 7월 전자현수막을 설치했다.

12만5500원(10일 기준)으로 회당 약 7.5초씩 하루 평균 400회 정도 광고할 수 있어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높다. 설치된 지 불과 2개월 지났을 뿐이지만 불법 현수막 적발 건수가 이전보다 75%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 도시계획과 김화영 광고디자인팀장은 “전자현수막 6곳 중 이미 3곳은 광고 수요가 밀리고 있다”며 “올해까지 수요를 지켜본 뒤 내년쯤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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