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생활속 놀이로 학습력 쑥쑥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아이교육 교사 하기 나름이죠”

구몬선생님의 교육법 발표현장

알파벳 ‘G’ 발음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내 아이. 제 아무리 “‘쥐’야, ‘쥐’. 자, 따라해 봐. ‘쥐’!” 하고 채근해 봐도 아이는 돌아서면 또 멍한 표정이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기발한 방법이 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으로 아이를 불러 웃으며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찌개를 끓일 때는 지글지글 쥐!”

아이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생활 속에 숨어 있다. ‘A’를 ‘H’와 자꾸만 혼동할 때는 빨래집게를 공책 옆에 놓아 두어 보자. ‘Y’를 이해시킬 땐 나뭇가지를, ‘O’는 도너츠를 활용해 아이가 알파벳을 연상하도록 유도해 보자.

이번엔 중학교 1학년 딸의 얘기를 해보자. 아이가 만화나 소설은 재미나게 읽는데, 유독 논설문이나 설명문 같은 ‘딱딱한’ 글들엔 흥미가 없다.

이땐 앙증맞게 반짝이는 별 모양 스티커를 준비해 아이에게 주고는 이런 주문을 해본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 뭘까? 글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개의 단어를 찾아서 거기에 별 스티커를 붙여보자.”

학습을 흥미로운 놀이로 여기게 만듦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는 이런 기발한 방법들은 모두 한 학습지 회사 교사들이 낸 아이디어. 학습지업체 구몬학습 현장교사들이 제안한 ‘살아 있는’ 학습법이다.

매년 9∼10월 열리는 ‘구몬학습 연구대회’는 교사가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체득하고 발굴한 새로운 지도방법을 논문으로 작성해 발표하고 가장 뛰어난 논문을 뽑는 콘테스트. 올해로 열 돌을 맞은 이 대회에선 학습에 재미를 더해 수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발하고도 치열한 방법들이 연구주제로 발표되는데, 학부모들이 아이를 교육하는 데 적용해도 좋을 만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 연구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현장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다양한 학생들에게 적용해 보고 1년 동안 학습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살아 숨쉬는 매뉴얼’을 만들어 낸다.

학습지 진도에 맞추어 매뉴얼대로 지도하되 학생의 수준과 성향에 따라 유연성 있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핵심. ‘꽃 모양을 그려 숫자 5를 익히자’는 지도 매뉴얼을 보자. ‘꽃’을 ‘피자’로만 바꿔도 학생들은 금세 흥미를 느낀다. 익숙한 멜로디에 숫자나 알파벳을 넣어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카드와 주사위를 사용해 교사와 학생이 경쟁하는 놀이를 하면서 공부하는 방법도 대회에서 ‘발굴’된다.

참가 교사들은 똑같은 글씨쓰기 연습이라도 아이에게 ‘놀이’라는 말을 붙여주는 순간 수업을 대하는 학생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학습지를 하다가도 ‘슬럼프’에 빠지는 아이가 적지 않다. 하루 학습량이 많지는 않지만, ‘매일’ 밀리지 않고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이 때 교사들이 내린 ‘특별한 처방’도 연구대회에서 다뤄지는 흥미로운 소재들.

먼저 교사는 학생과 매주 작성하는 진도표를 함께 살펴보며 ‘학습지를 미루는 건 분명한 잘못’이란 사실을 인식시킨다. 하지만 밀린 양을 단번에 해내도록 요구하면 아이는 학습의욕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이때는 진도를 일주일 늦추거나, 쉬운 부분부터 먼저 끝내도록 해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 밀린 부분을 그 다음 주 학습량에 얹어서 부담을 늘리는 것은 피한다.

대회 참여 교사들에 따르면 학습지를 시작한 학생들은 보통 6개월이 지나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는 ‘칭찬’이 특효약이다. 학습도구로 주어지는 스티커를 이용해 잘했을 땐 평소보다 두세 개 더 많은 스티커를 붙여준다. 10개를 모으면 학용품 선물을 주고 의욕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칭찬의 말을 아낌없이 해준다.

수업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슬럼프를 겪는 학생에겐 의도적으로 쉬운 문제만 골라 풀도록 해 자신감을 키워준다. 매일 공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에게는 부모와 상의한 후 평소 학습량을 한두 장 줄여준다.

구몬학습은 이 연구대회가 다른 교사가 개발한 지도법의 위력을 피부로 느낀 교사들이 스스로 연구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낸다고 평가한다. 10년간 이 대회에 참여한 교사는 1만여 명. 제출된 논문만도 2500편이 넘는다. 7년 연속 이 대회에 참여하는 교사가 있을 정도로 교사들이 대회에 갖는 의욕과 경쟁심은 각별하다.

올해로 연구대회에 네 번째 참가해 우수 논문상을 받은 전명숙(28·여·충북 옥천군) 씨는 “연구대회를 통해 학습지교사가 단순히 학습지를 가르치고 점검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치열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진정한 ‘교육자’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이렇게 숫자 익혀 봐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