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찔끔’ 동네수도에서 ‘깜찍’ 페트병 아리수로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1908년 한강에 묻은 취수펌프로 물을 끌어들이는 근대적 상수도시설 뚝도정수장이 생기면서 서울 수돗물 역사는 시작됐다. 사진 제공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1908년 한강에 묻은 취수펌프로 물을 끌어들이는 근대적 상수도시설 뚝도정수장이 생기면서 서울 수돗물 역사는 시작됐다. 사진 제공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왕십리 뚝도정수장서 1만2500t 첫 급수

‘포장 수돗물’ 수출 준비… 29~31일 축제

《다음 달 1일이면 1908년 서울 뚝도정수장에서 사대문 안과 용산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시작한 지 딱 100년이 된다. 동네 공동수도에서 길어 써야 했고, 수압이 낮아 찔끔거리며 나왔던 수돗물은 이제 ‘아리수’란 이름으로 페트병에도 담겨 나온다. 강산이 10번 변하는 동안 서울시민과 함께해 온 서울 수돗물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다. 》

○ 日 전쟁수행 위해 정수장 늘려

국내 첫 상수도 정수장은 미국인 헨리 콜브란과 해리 보스트윅이 고종으로부터 따낸 특허권을 양도받아 대한수도회사가 성동구 왕십리에 지은 뚝도정수장이다. 뚝도정수장은 1908년 9월 1일 1만2500t의 수돗물을 생산하며 수돗물 역사의 첫날을 열었다.

이렇게 출발한 서울의 수돗물은 일제강점기 노량진, 구의정수장 등이 신설되면서 더욱 확장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내 거주하는 일본인의 편의와 전쟁 수행을 위해서였다. 1927년 자료에 의하면 경성에 거주하는 일본인 중 90%가 상수도 혜택을 받은 반면 한국인은 전체의 29%만이 상수도를 사용할 수 있었다.

광복 이후 6·25전쟁 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수돗물 생산시설이 발전의 전기를 맞은 것은 1960, 70년대. 경제 발전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늘어난 급수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상수도 시설도 활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들어서며 서울 상수도 시설 용량은 3070만 m³에 달했고 급수 보급률은 90%를 넘어 빠르게 안정됐다. 환경오염 문제가 떠오르면서 국민의 관심이 수돗물의 양이 아닌 질로 돌아선 것도 이즈음이다.

2004년부터는 고구려 시대의 한강을 뜻하는 ‘아리수’란 이름을 달고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서울 수돗물 ‘아리수’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45개 항목 권장기준을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실시간 수질자동감시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서울시는 수돗물 100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2013년까지 서울시 6개 정수센터 모두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한다. 또한 올 하반기로 예정된 ‘아리수’ 판매에 앞서 중국 등 해외시장을 겨냥해 ‘아리수’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 인천서도 송현배수지 100주년 기념사업

서울시는 서울시 수돗물 100주년을 기념하는 ‘아리수 페스티벌’ 행사를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아리수 도전 퀴즈왕’, ‘물지게 빨리 나르기’, ‘아리수 삼행시’, ‘아리수 CF 모델을 찾아라’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서울 수돗물 통수 100주년 홍보관’을 설치해 아리수의 역사와 정수 처리 과정도 알릴 계획이다.

한편 인천 지역 최초의 상수도 시설인 동구 송현동 송현배수지가 준공된 지 100주년을 맞음에 따라 인천시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2003년 인천시문화재로 지정된 일종의 수돗물 공급 관리실인 제수변실(制水弁室)이 있는 송현배수지 주변에 인천의 상수도 역사를 상징하는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10월까지 설치된다.

1908∼2008년 상수도 설치 과정과 변천사를 보여주는 ‘인천 상수도 100년사’를 책과 CD로 발간하고 각종 역사적 자료를 타임캡슐에 묻을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