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2시에도 “망하고 싶냐” 문자 보내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 영장으로 본 ‘광고주 협박’

국민대책회의 “숙제 빨리…” 광고주 목록 또 올려

‘날짜별로 특정 업체 집중 공략’ ‘단체 계약 후 계약 집단 파기’ ‘팩트를 통한 광고주 리스트 전달’….

동아일보 등 메이저신문 3사의 광고 중단을 협박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의 개설자 이모 씨와 회원 양모 씨가 구속됨으로써 이들의 조직적인 압력행태가 밝혀졌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이 씨를 포함한 카페 운영진 22명은 광고주 리스트 게재와 법률 지원, 언론담당, 홍보 등으로 역할을 나눠 동아일보 등에 광고를 낸 광고주들을 압박했다.

이 씨는 카페에 ‘1일 ○○제약’ ‘2일 ○○텔레콤’ ‘3일 ○○여행사’ 등 날짜별로 집중 공격 대상 업체의 상호와 전화번호,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올려 누리꾼들이 해당 업체에 집단으로 항의전화를 걸거나 홈페이지에 비난 글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또한 이 씨는 ‘소비재 업종, 광고단가가 비싼 지면에 광고를 실은 업체, 숙제 시 응대가 악질적인 곳’ 등 공격 대상 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해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 비뇨기과 의원, 여행사 등 신문광고 의존도가 높은 업체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A생활용품업체는 동아일보 등에 광고를 낸 날 평균 500여 통의 항의 전화에 시달렸으며 이후 광고를 줄이자 매출도 급감했다.

B비뇨기과 의원은 밤 12시까지 항의 전화가 걸려오고, 원무과 직원들의 개인 휴대전화로도 ‘이 ××, 죽고 싶냐, 망하고 싶냐’는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2일 메이저신문사 광고주 목록을 50여 일 만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또다시 게재했다. 여기에는 광고주의 회사명, 광고 위치,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 등이 담겨 있다.

22일 오전 국민대책회의는 ‘가을비 내리는 8월 22일 숙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촛불시민 여러분 숙제 빨리 하시고 가을 좀 타세요”라며 조선일보의 22일자 광고주 목록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국민대책회의는 홈페이지 목록에 ‘촛불숙제’란을 유지하며 6월부터 광고주 목록을 게시해오다가 지난달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윤리심의 규정에 위배된다며 다음 측에 삭제를 권고한 뒤 한동안 게시를 중지했다.

국민대책회의가 누리꾼 2명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다시 광고주 협박을 유도하는 행동에 나선 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위법 사실이 있으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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