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정호]해외유학 필요없는 교육강국을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자녀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학부모의 기대나 열정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부모가 능력만 된다면 자녀를 위해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투자하려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아 영어 교육, 영어 연수, 해외 유학이 점차 확산되는 현상은 이런 경향을 잘 나타내 준다.

다행스럽게도 매년 증가하던 해외 유학 연수 비용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 의하면 올해 6월까지 해외 유학이나 연수 비용으로 22억5580만 달러를 지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1억3770만 달러) 줄었다. 해외 유학이나 연수 비용이 급감한 것은 고유가의 영향을 받은 국내 경기침체와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학부모의 부담이 증가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해외 유학이나 연수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올 2월 방학 기간의 유학 연수 비용은 작년 2월보다 오히려 930만 달러 증가했고 방학 때마다 인천공항을 통해 유학이나 연수를 떠나는 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로 인한 경제적 측면의 교육수지 적자보다는 조기유학을 포함한 해외 유학 연수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소수의 특정 상류층 자녀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중산층 학부모의 자녀는 물론 서민층까지 무리해서 자녀를 해외에 보낸다.

문제는 열풍이라고까지 불릴 만한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의 급증 원인이 교육 현실과 관련이 깊다는 데 있다. 자녀를 해외에 보내는 학부모 대부분은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비 부담, 국제화 시대에 맞지 않는 영어 교육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현 교육시스템은 학교가 책임을 지고 가르치기보다는 연간 30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학부모가 추가로 지불할 수밖에 없고, 10년간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과 의사소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해외 유학 연수 열풍을 국내로 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등이냐 수월성이냐의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주변의 경쟁국가가 글로벌 인재 양성과 우수인재 유치에 얼마나 노력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외국 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 자국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우리처럼 검증되지 않은 해외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의 폐해를 방치하기보다는 학부모의 교육수요를 교육제도 속으로 적극 흡수한다. 최근 정부에서 제시한 외국 교육기관 설립 규제 철폐, 내국인 입학요건 완화 같은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제공해야 한다. 다양한 국제학교를 비롯해서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늘어나 학부모나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학교 운영에도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학생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교육 강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 국내 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나라 학생이 국내 교육 문제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기보다는 외국 학생이 거꾸로 유학을 오고 싶어 할 정도로 우리 교육이 조속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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