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힘겨운 첫걸음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전문가 부족-공정성 시비 부담… 도입 첫 해 대학들 고심

2009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가 정식으로 도입되면서 각 대학마다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만으로 한 줄을 세우지 말고 환경, 잠재력,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잘될 떡잎’을 발굴하자는 취지이지만 전문가가 많지 않고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져 대학의 선발권을 인정하고 전문가들도 풍부하다.

▽학생은 몰리고, 전문가는 적고=1학기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 가톨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는 폭주하는 원서 뭉치에 진땀을 빼야 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희망을 품은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15명을 뽑는 건국대 자기추천전형에는 1105명이 지원해 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각 30명을 선발하는 연세대 인재육성전형과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도 40 대 1과 36 대 1의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들 대학의 전담 입학사정관은 각각 3명에 불과해 교수들을 임시 입학사정관으로 투입하거나 입학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보조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

아직은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이 극소수이고, 대부분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나 서류 심사로 걸러낸 뒤 2단계에서 입학사정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운영이 가능한 정도다.

2학기 수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12개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교와 대학의 실정을 잘 아는 박사급 인력풀이 적어 입학사정관으로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인건비 부담과 입학사정관제가 계속 유지될지에 대한 불안감도 채용의 걸림돌이다.

그나마 앞서 가는 대학은 서울대. 5년 이상 입학사정관제를 집중 연구하고 정원 외 전형에서 시범실시를 거쳤고 미국 코넬대의 입학사정관 노하우도 전수받아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입시관리본부 김경범 연구교수는 “20여 명의 전담 입학사정관이 지방 고교를 일일이 찾아다닐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도 교육학 전공 교수들이 직접 개발한 입학사정관 심사 지표를 활용하고 사후 점검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성 시비도 부담=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앞둔 대학들은 공정성 시비에 따른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도 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학생부 등 객관적인 지표가 없기 때문에 선정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박제남 인하대 입학처장은 “계량화된 성적에 익숙하고 점수 1, 2점 차이에도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선발 근거를 내놓으라는 소송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가 입시 비리나 특정 고교 출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후 감사도 엄격히 할 방침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입학사정관 ::

대학이 교육 철학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채용한 고교 교육 과정 및 대학 학생 선발에 대한 전문가.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성적 외에 개인적인 환경과 잠재력 소질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에선 입학사정관이 고교를 직접 방문해 교육 실태를 사정에 반영하고 응시자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와 검증 등을 통해 심사의 공정성과 심층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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