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강승연/떳떳한 B학점이 아름답다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지난달 말 서울대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이 기말고사에서 부정행위를 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무려 30여 명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정답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부정행위로 적발되기는 서울대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 파장이 컸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처벌 수위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싸늘했다. 명문대 학생이 학문적 양심을 저버린 일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이었기에 실망이 더했다.

부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캠퍼스에서 공공연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중고교에 비해 시험감독이 다소 허술하기 때문이다. 100여 명이 한꺼번에 시험을 치는 대형 강의실에 감독관이 한 명뿐인 경우도 있다. 사정이 그러니 공부를 별로 하지 못한 학생에게 부정행위의 유혹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부정행위에 대한 학생의 잘못된 인식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기본은 시험 규칙의 준수다. 그렇지만 많은 학생이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규칙을 어기는 일을 가벼이 여긴다. 선량한 학생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 간과한 채 말이다. 초등교육부터 부정행위가 얼마나 큰 죄인지를 철저하게 배우지 못하고 되레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초등학교 개학 전날이면 방학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넘쳐난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숙제를 성실히 준비하는 학생보다 인터넷 검색자료를 그대로 베껴 제출하는 학생이 많아서다.

반면 미국은 부정행위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초등교육부터 부정행위를 ‘지적(知的) 도둑’으로 규정하고 시험장에서나 리포트에서나 규칙을 어기지 않도록 가르친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에게 내리는 처벌수준도 매우 엄격하다.

지난해 미국 명문 사립대인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한국과 중국계 학생들이 정학 또는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한국의 부정행위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떳떳하지 않은 A학점보다 떳떳한 B학점이 더 아름답습니다.’ 캠퍼스의 어느 화장실에 쓰인 글귀다. 모두가 떳떳한 성적표를 받도록 학생 학교 사회의 변화가 절실한 요즘이다.

강승연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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