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표 39명 - 비호한 공무원 2명 적발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관급공사 나눠먹기’ 입찰담합 유령회사 수백개 만들어 참여

입찰담합을 통해 관급공사를 나눠 먹기식으로 낙찰 받은 건설업체 대표 39명과 이들을 비호한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10일 서울시와 구청이 발주한 하수도 공사에서 담합입찰을 한 혐의(건설기본법 위반)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상하수도공사업협의회장 송모(47) 씨 등 건설업체 대표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2005년부터 2년 동안 서울시로부터 낙찰 받은 상수도 공사를 발주청 승인 없이 다른 시공업체에 하도급을 준 이모(58) 씨 등 업체 대표 15명과 이들의 불법을 묵인하고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서울시 7급 공무원 이모(41) 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낙찰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준 박모(36) 씨 등 27명과 이를 알선해 준 정모(39) 씨 등 2명도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 등은 자신들의 협회에 속한 100여 개 상하수도 공사업체의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회사 몇백 개를 만들어 총 539개 업체 명의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들은 사전에 입찰가를 맞추는 방식으로 올해 3월 12일 담합을 시작해 한 달간 서울시 관급공사(75건)의 70%에 이르는 50여 건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입찰자격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건설기술자격증을 정 씨 등을 통해 돈을 주고 빌리기도 했다.

이들은 낙찰에 성공하면 업체 규모에 따라 미리 정한 순서대로 해당 업체에 하도급을 줘 공사를 분배했다. 하도급을 받은 시공업체는 전체 공사대금의 17%를 낙찰업체 등에 되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시 공무원 이 씨 등은 평상시 회식비용을 업체에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은 입찰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을 알고서 관련 업체들에 경찰의 현장조사를 미리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서울 시내 수도사업소 소속 공무원 최모 씨는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관급공사 입찰제는 ‘최저가 경쟁입찰’이 아니라 발주청이 정한 기초금액의 범위 내에서 업체들이 가격을 적으면 다시 낙찰가율(예상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산정해 업체를 선정하는 복잡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행 관급공사 입찰제를 ‘운(運)찰제’라고 부를 정도로 합리적인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건설업체들이 몇 백 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담합을 하게 된 한 원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가 내는 커미션 금액(17%)은 시공과 무관하게 새고 있어 부실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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