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한국인의의식구조’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 ‘한국인의의식구조’/이규태지음/신원문화사

‘한국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국인의 동일성에 긍지를 가졌던 적이 별로 없다. 삼국시대는 당나라에, 고려시대는 원나라에, 조선시대는 명나라에 열등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인에게 한국인의 존재 가치를 밝히고 의식구조의 동일성을 재구성하여 제시한다. 다음의 내용을 논술과 관련시켜 생각해보자.

(가) 한국인에게 있어 오른쪽은 항상 왼쪽보다 서열이 높다. 그러기에 명문이나 명족을 우성(右姓)이라 한다. 반면에 왼편을 뜻하는 좌(左)는 바르지 않다는 뜻으로, 나쁜 관직으로 옮겨가는 것을 좌천(左遷)이라 했다. 그리하여 옛날 선비들은 존귀한 두상(頭上)이나 관모에 손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서열이 높은 오른손으로 했다. 이 같은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수직의 인간관계 중심으로 이어지고, 모든 대상에 차등을 둬야만 성이 풀렸던 서열의식의 강화로 나타났다.(48쪽)

(나) 개체의 이름에 대한 한국인은 의리를 가진다. 이를테면 ‘포악한 임금’이란 이름이 정립되면 이름에 대한 의리, 체면 때문에 어떤 인간적인 ‘훌륭한 일’을 했다 해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근간 고교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역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 가운데 대원군(大院君)이 끼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후진성이 대원군의 고집 센 쇄국 정치 때문으로 교육받았던 데서 형성된 이름의 소치일 것이다. 대원군의 대담한 개국 및 개화 정치는 그 이름의 그늘에서 매장되고 만 것이다.(311쪽)

위 글은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말해준다. (가)는 한국인의 강한 서열의식을 제시한다. 존우비좌(尊右卑左)의 사고방식은 모든 사물이나 사리에도 차등을 두는 서열의식의 강도를 나타낸다. (나)는 한국인의 체면의식을 드러낸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 보자.

① ‘(가)의 서열의식과 서열구조의 장점과 단점을 경영의 능률과 관련지어 제시하시오’를 만들어보자.

경영에 있어 우리의 서열구조는 규칙이 아닌 인간관계로 맺어진다. 그 결과 우리는 휴먼라인만 잘 작동되면 근무 시간 초과나 철야 작업 같은 것은 따지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가 단기간 완성된 것이 좋은 사례다. 수직 서열구조의 경영에서는 합리성보다는 인간적 배려에 능한 관리자가 높이 평가받는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한다. ‘능력’이 아닌 ‘인간적 관계’라는 애매한 조건에서는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이 생기게 된다. 한국인들의 대화 내용이 거의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불만은 인간적 유대에 몰입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서열의식의 표현이다.

② ‘(나)의 내용에서 문제점을 찾아 제시하고, 그와 유사한 역사적인 인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를 생각해 보자.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배경보다는 인물의 이름을 중요시한다. 그 이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오늘날까지 거의 고정된다. (나)의 대원군의 쇄국정책도 마찬가지다. 한 번 부정적 평가를 받았기에 그것은 여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광해군(光海君) 또한 유사한 사례다. 그는 기근으로 굶주린 유랑민의 이야기를 듣고 하루 저녁 내내 울고 어탕금(御帑金)을 남김 없이 구휼에 내놓았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오늘날까지 ‘폭군’이란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의 인간적인 면이 다른 평가에 가려 묵살당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열등의식, 서열의식, 상향의식, 집단의식 등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왜 한국 사람에게 그 같은 의식구조가 형성됐는지, 각각의 원인을 자연, 풍토, 역사, 전통, 문화, 교육, 경영 등 여러 분야에서 찾는다. 또한 이러한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각 분야에 발전적으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의 풍부한 역사적 사례는 독자들을 감동시킬 만큼 방대하다. 바로 한국학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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