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삼킨 빛고을 광주, U대회 유치 실패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2013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가 러시아 카잔으로 결정되자 1일 새벽 광주시청 야외공연장에 모여 밤새 응원하던 시민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2013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가 러시아 카잔으로 결정되자 1일 새벽 광주시청 야외공연장에 모여 밤새 응원하던 시민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그래도 하나된 우린 아름다웠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그래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광주정신’을 보여줘야죠.” 아쉬움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허탈감에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2013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1일 새벽. 광주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 2000여 명은 발표 5시간 전부터 태극기와 함께 유치를 기원하는 글귀가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밤을 새우며 응원하다가 오전 3시가 다가오자 시민들은 광장의 대형 멀티비전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조지 킬리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위원장이 ‘카잔’이라고 외치자 광장에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회 유치를 염원했던 시민 중 일부가 눈물을 보이자 ‘괜찮아’ ‘괜찮아’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격려했다.

시민 정영숙(43·여) 씨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안타깝지만 이번 실패를 디딤돌 삼아 다시 일어서자”고 말했다.

자녀 2명을 데리고 나온 정광일(41) 씨는 “이역만리 벨기에에서 ‘광주 코리아’라는 낭보가 전해지길 바랐는데 아쉽다. 전체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5월 광주’는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광주가 국내 후보 도시로 결정된 이후 5개월 동안 열심히 뛰었다.

유치 기원 서명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183만 명이 참여했다. 자원봉사자는 20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광주의 관문마다 형형색색의 꽃 잔디를 심었다. 실사단 방문 때는 길가에 모여 ‘광주 코리아’를 외치며 실사단에 감동을 선사했다.

최종만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이번 도전을 계기로 하나가 된 광주를 확인했다. 유치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세계 속의 광주로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자”고 위로했다.

광주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카잔의 벽은 높았다. 이날 FISU 집행위원 27명의 투표 결과 카잔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광주를 따돌렸다.

카잔과 광주, 스페인 비고가 접전을 펼쳐 2차 결선투표까지 예상했으나 광주는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FISU는 규정상 도시별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세 번째 도전하는 카잔에 유럽 동정표가 많이 쏠린 데다 대회 준비 기간이 짧은 점을 유치위원회는 패인으로 분석했다.

광주시는 2015년 대회에 다시 도전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시민도 열띤 성원을 보냈는데 실패해 죄송하다. 다음 대회 유치에 나설지는 현재로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권 기자 goqud@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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