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빼앗기나” 불안한 교육전문직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지역교육청 축소… 교장 공모제 확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역교육청을 지역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하고,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정부와 국회 등에서 논의되면서 교육 전문직들이 입지 축소를 우려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역교육청 축소·기능 전환=교과부가 180개 지역교육청을 지역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 등은 25일 지역교육지원센터의 조직 운영과 구성을 시도조례에 위임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과부 주변에선 벌써 180개 지역교육청 중 21%인 38개 교육청을 통폐합하고 보직을 대폭 축소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교육 전문직들은 지역교육청이 지역교육지원센터로 바뀌면 교육장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과 권한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또 만일 지자체장이 지역교육지원센터장과 위원을 임명하게 되면 교육계 외부인이 밀어닥칠 것이란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일 성명을 내고 “지역교육청 조직에 관한 사항을 법령이 아닌 시도조례로 위임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당인인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쥐면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과부는 센터장을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천세영 대통령교육비서관도 이날 서울시교육청 월례조회 특강에서 “지역교육청의 지자체 이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센터장을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장선출보직제 수순?=천 비서관은 특강에서 자율화 확대로 인한 교장의 통솔력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능력 있는 교장을 세우면 될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공모제 교장은 마음에 드는 교사를 초빙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전문직들은 교장공모제를 대폭 확대하려는 의지가 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2006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으나 교총은 비전문가의 학교 진입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반면 전교조는 교장공모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학교 구성원들이 교장을 선거로 뽑아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선출보직제’ 도입을 촉구해왔다.

전문직들은 정부가 교장공모제 확대를 거쳐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B초등학교 교장은 “청와대에 교육정책을 조언하는 그룹 중에 전교조 출신이 많아 조만간 교장선출보직제가 도입될 것이란 소문이 교육계에 파다하다”면서 “교총이 이를 막지 못하면 교총을 탈퇴하자는 격한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직들은 “현재 논의되는 교육지원센터 전환 내용은 지난해 9월 이주호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이 주최한 토론회의 주제 발표 내용대로 대부분 진행되고 있다”며 “당시 주제 발표자가 전교조 출신인 김대유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연대’ 상임대표여서 교육지원센터 전환 이후 궁극적으로 교장선출보직제로 갈 것이란 교육계의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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