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공급 확대가 먼저? 절약이 우선?
《최근 방송에선 사하라 사막의 건조한 지역에서 소를 기르며 생활하는 유목민들의 삶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중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이른 아침 한 소년이 암소의 생식기에 머리를 처박고 공기를 있는 힘껏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그래야 암소가 자극을 받아 젖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어서 소는 오줌을 누기 시작했고 소년은 그것으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이처럼 물이 부족한 지역의 모습을 보면 항상 함께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과연 우리는 물이 부족한 나라일까?》
○ 생각의 시작
국제연합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활용 가능한 물 자원량이 661억 m³이지만 국민 1인당 활용 가능량은 1472m³에 불과하여,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2025년에는 1인당 활용 가능량이 1258m³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어 앞으로 적극적으로 물 소비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면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및 국민 보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대한교과서, ‘한국지리’]
연 강수의 부존 총량 중 증발로 인한 손실 등을 빼면 이용 가능량은 26%에 불과하고 특히 지하수 이용 가능량은 연간 133억m³로 추정되지만 현재 이용량은 연간 40억 m³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연도별, 지역별,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크고, 변화의 폭이 커 수자원 관리에 매우 불리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수자원의 전체 이용량 333억 t 중 자연 하천수 취수가 50%나 되어 조금만 가물어도 취수 장애가 발생한다.[한국 수자원 공사, ‘물 생명 그리고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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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집어 보자
한국의 연강수량은 1283mm로 세계 평균(973mm)의 1.3배가 된다. 그럼에도 물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사용한 수식 때문이다. 이 수식은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재생 가능 수자원의 양’을 기준으로 물 부족 현황을 분류하는데, 연평균 자연하천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눈 값을 사용한다. 한국과 같이 하천 유출량에 비해 인구수가 많은 나라에서는 그 수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공식을 만든 학자는 급속한 인구 증가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물 자원 수치를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같이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물 부족의 심각성이 덜한 것이다.
물 부족이 인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물 빈곤지수(WPI)’를 사용한다. 이 경우 한국은 147개국 중 43위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자원량은 부족하지만 물 공급 시설 및 사회경제적 요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간한 문서에서도 물 부족 국가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중한 자원이다. 그러나 다른 자원과는 달리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물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물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 전통적인 방안으로 댐 건설과 같은 물 공급 위주의 정책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댐 건설에 따른 환경 피해가 이익 못지않으므로 지표수 외의 다른 물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물 공급에 있어서는 지하 댐과 강변 여과수 등을 취수원으로 적극 개발해야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절수 기기 보급, 중수도 설치, 노후 수도관 교체, 물 값 인상 등을 통해 물을 절약하여 물 부족을 대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교학사, ‘경제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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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수자원 현황이 심각한 상황이냐 아니면 낙관적인 상황이냐 하는 문제는 어떤 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여름에 강수가 집중된다는 특성, 인구 증가에 따라 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물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개발론자들은 물 부족에 대비해 댐 건설과 지하수 개발과 같은 물 공급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환경 보호론자들은 대형 댐 건설 같은 환경파괴적인 물 공급 정책보다는 수요를 억제하고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떤 방법이 옳은지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자원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물 자원이 많다 적다의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 물은 보호되어야 할 자원이다.
최유진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우리나라 수자원 현황에 관한 더 많은 자료와 해설은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