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한국은 물 부족 국가?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여름 한때에 몰리는 강수, 인구는 계속 느는데

물, 공급 확대가 먼저? 절약이 우선?

《최근 방송에선 사하라 사막의 건조한 지역에서 소를 기르며 생활하는 유목민들의 삶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중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이른 아침 한 소년이 암소의 생식기에 머리를 처박고 공기를 있는 힘껏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그래야 암소가 자극을 받아 젖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어서 소는 오줌을 누기 시작했고 소년은 그것으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이처럼 물이 부족한 지역의 모습을 보면 항상 함께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과연 우리는 물이 부족한 나라일까?》

○ 생각의 시작

국제연합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활용 가능한 물 자원량이 661억 m³이지만 국민 1인당 활용 가능량은 1472m³에 불과하여,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2025년에는 1인당 활용 가능량이 1258m³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어 앞으로 적극적으로 물 소비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면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및 국민 보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대한교과서, ‘한국지리’]

연 강수의 부존 총량 중 증발로 인한 손실 등을 빼면 이용 가능량은 26%에 불과하고 특히 지하수 이용 가능량은 연간 133억m³로 추정되지만 현재 이용량은 연간 40억 m³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연도별, 지역별,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크고, 변화의 폭이 커 수자원 관리에 매우 불리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수자원의 전체 이용량 333억 t 중 자연 하천수 취수가 50%나 되어 조금만 가물어도 취수 장애가 발생한다.[한국 수자원 공사, ‘물 생명 그리고 환경’]

○ 뒤집어 보자

한국의 연강수량은 1283mm로 세계 평균(973mm)의 1.3배가 된다. 그럼에도 물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사용한 수식 때문이다. 이 수식은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재생 가능 수자원의 양’을 기준으로 물 부족 현황을 분류하는데, 연평균 자연하천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눈 값을 사용한다. 한국과 같이 하천 유출량에 비해 인구수가 많은 나라에서는 그 수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공식을 만든 학자는 급속한 인구 증가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물 자원 수치를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같이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물 부족의 심각성이 덜한 것이다.

물 부족이 인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물 빈곤지수(WPI)’를 사용한다. 이 경우 한국은 147개국 중 43위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자원량은 부족하지만 물 공급 시설 및 사회경제적 요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간한 문서에서도 물 부족 국가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중한 자원이다. 그러나 다른 자원과는 달리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물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물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 전통적인 방안으로 댐 건설과 같은 물 공급 위주의 정책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댐 건설에 따른 환경 피해가 이익 못지않으므로 지표수 외의 다른 물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물 공급에 있어서는 지하 댐과 강변 여과수 등을 취수원으로 적극 개발해야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절수 기기 보급, 중수도 설치, 노후 수도관 교체, 물 값 인상 등을 통해 물을 절약하여 물 부족을 대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교학사, ‘경제지리’]

국내의 수자원 현황이 심각한 상황이냐 아니면 낙관적인 상황이냐 하는 문제는 어떤 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여름에 강수가 집중된다는 특성, 인구 증가에 따라 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물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개발론자들은 물 부족에 대비해 댐 건설과 지하수 개발과 같은 물 공급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환경 보호론자들은 대형 댐 건설 같은 환경파괴적인 물 공급 정책보다는 수요를 억제하고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떤 방법이 옳은지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자원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물 자원이 많다 적다의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 물은 보호되어야 할 자원이다.

최유진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우리나라 수자원 현황에 관한 더 많은 자료와 해설은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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