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문화&사람]<22>송암천문대 세운 엄춘보 회장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송암천문대는 엄춘보 한일철강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세운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천문대다. 이곳의 주망원경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첫 대형 천체 망원경이다. 양주=이성호 기자
송암천문대는 엄춘보 한일철강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세운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천문대다. 이곳의 주망원경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첫 대형 천체 망원경이다. 양주=이성호 기자
《18일 오후 2시 경기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중턱. “출발하겠습니다”라는 직원의 말과 함께 ‘알비레오 알파’라는 별 이름의 케이블카가 서서히 움직였다. 목적지는 해발 443m 정상에 자리한 송암천문대. TV와 사진으로만 봤던 목성 토성을 비롯해 갖가지 별자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천문대를 세운 사람은 중견 철강기업인 한일철강 엄춘보(89) 회장. 송암(松岩)은 엄 회장의 호다. 별과 우주를 향한 그의 오랜 꿈이 천문대 곳곳에 스며 있다.》

○ 천문대를 세운 철강인

엄 회장의 고향은 4년 전 열차 폭발사고가 일어났던 평안북도 용천이다.

그는 광복 후 월남해 6·25전쟁이 끝난 뒤 서울에서 제철소 대리점을 열었다. 1957년 한일철강을 세워 50여 년간 줄곧 철을 만지며 살아왔다. 그사이 한일철강은 상장회사가 되는 등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이제는 별을 향한 내 꿈을 이루겠다”며 지난해 7월 계명산에 사놓았던 100만 m²의 땅에 천문대를 세웠다. 400억 원 가까운 사재(私財)를 투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를 보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우주를 보는 시간은 바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송암천문대 주관측실에는 600mm급 반사 망원경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표준과학연구원이 제작한 이 망원경은 순수 국산 기술로 상용화된 대형 천체망원경 1호다. 송암천문대 설립을 앞두고 엄 회장이 의뢰해 만들어진 것이다.

천문대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둘째 며느리 최현옥(56) 씨는 “아버님은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라며 “천문대를 만들 때 말렸던 가족들도 결국 아버님의 뜻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 우주인을 꿈꾸는 공간으로

송암천문대는 별을 관측하는 본관과 교육 및 체험시설로 이뤄진 스페이스 센터로 구성됐다.

본관 주 관측실의 망원경을 이용하면 토성을 어른 손톱 정도의 크기로 관측할 수 있다. 주 관측실 지붕은 360도 회전한다. 보조 관측실에는 7종류 13개의 천체망원경이 있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직접 관측한 별을 촬영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 센터에는 챌린저 러닝 센터와 플라네타리움이 있다. 챌린저 러닝 센터는 1986년 폭발한 미국 챌린저호 유가족들이 과학재단을 통해 설립한 우주 교육 시설이다. 플라네타리움에서는 지름 15m 크기의 돔 스크린을 통해 화려한 별자리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천문대 본관과 스페이스 센터는 케이블카로 오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계명산의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멀리 도봉산 북한산 사패산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최근 스페이스 센터 현관에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소유스호 사진이 걸렸다. 사진 아래에는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탄생’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엄 회장은 “이곳에서 별을 관측했던 아이가 나중에 커서 우주인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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