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시험 탓에 과학공부 ‘대충’

  • 입력 2008년 4월 20일 20시 23분


"과학은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해 내신은 한꺼번에 몰아서 공부하고, 수능은 문제집 몇 권 풀면 어려움이 없다. 과학자는 배고픈 직업 같아 상위권 학생도 과학 과목을 깊이 파고들 필요를 못 느낀다."(경기 수원시 매탄고교 2학년 김현빈 군)

"진학 상담을 해 보면 학생들이 벌써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한다. 과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의대, 한의대를 선호하고 정작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는 마지못해 점수를 적당히 맞춰 진학하는 추세다."(경기 성남시 분당구 늘푸른고교 고창영 생물 교사)

과학기술인들은 중·고교의 과학 교육이 크게 왜곡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문제로 '수능시험 등 대학입시 제도'(20.0%)를 이들은 꼽았다. 수능시험이 과학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보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김명환 서울대 자연대 부학장은 "수능 과학탐구영역이 쉽게 출제되면서 제대로 실력 반영이 안 된다"며 "과학에 관심이 있더라도 실수 안 하는 연습만 하면 될 뿐 그 이상 공부해야할 이유를 못 찾는다"고 지적했다.

'실험 및 과학탐구 기회의 부족'(18.97%), '실생활과의 연계 부족 및 재미없는 내용'(11.97%)도 문제로 꼽혔다.

이에 대해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과학 교육을 제대로 시키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현행 입시교육은 과학 개념에 대한 깊은 이해나 탐구·실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이공계 우수 '인재풀'이 빈약해지는 원인도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인들은 대학과 대학원의 전공 교육 역시 '산업현장이나 사회적 필요와 동떨어진 교육'(20.38%), '전공학점의 하향 조정에 따른 전공교육의 부실'(13.87%), '과학기술 각 분야의 연계 부족'(12.67%)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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