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여기가… 어디? 도서관이야!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동화구연… 천체관측… 조형물 공원 단장… 도서관이 달라졌어요

《날이 포근해지면서 주말만 되면 밖으로 놀러 나가자고 손을 잡고 이끄는 아이들의 성화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막상 길을 나서면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럴 때 아이와 함께 근처 어린이도서관을 찾는 것은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나들이다. 최근 어린이도서관이 책 읽고 공부만 하는 공간에서 지역사회의 지식정보센터로 변신하면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주말 나들이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은 주말이면 편안한 복장으로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온 가족이 자주 눈에 띈다. 이곳은 최근 도서관과 사직공원을 가로막고 있던 시멘트 담을 허물고 주변에 조형물을 설치해 공원 속 도서관으로 새 단장을 했다.

튜브로 만든 공룡 조형물 사이에서 놀고 있는 딸 류정아(5) 양을 지켜보던 황미선(34·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씨는 “도서관이 공원 안에 있어 책도 보고 산책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숙동 시립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최근 도서관과 사직공원, 단군성전, 황학정으로 이어지는 하루 코스로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나들이도 하는 가족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어린이도서관은 공립과 사립을 통틀어 170곳이 넘는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도서관은 책을 보거나 독서실처럼 공부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모 스스로가 도서관에서 멀어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책만 읽나요?”

대부분의 어린이도서관은 도서 열람 및 대출 등 기본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구연 프로그램.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길에 위치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매주 토요일에 5∼7세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동화를 읽어주는 구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화책 속 활자에 지도교사의 실감나는 목소리 연기가 덧입혀져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있는 영어도서관 오즈에서는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에 미취학 어린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화 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다. 경기 양주시 백석읍 양주시립꿈나무도서관에는 대여섯 명이 함께 들어가 비디오나 DVD 등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극장’이라는 공간이 있어 가족 단위 이용객들의 반응이 좋다.

경기 동두천시 지행동 동두천꿈나무정보도서관 영상실 ‘시네마천국’에서 토요일에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둘째, 넷째 일요일에는 가족영화를 상영한다.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경기 군포시 갈티마을에 있는 대야도서관은 아동용 영어 원서를 포함한 각종 유아용 도서가 비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옥상에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천체투영실과 관측실이 있어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군포시어린이도서관에서도 어린이들이 지진이 났을 때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지진체험장치, 태양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매직비전, 복잡한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놀이기구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책 나무를 키우세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도서관 옆 신호등’은 어린이영어도서관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영어 책은 물론 영어 CD 등 각종 영상자료도 이용할 수 있다.

정덕화 사서는 “최근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용객이 늘고 있다”면서 “도서관 이용 초기에는 자녀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들이 사서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책을 주제와 저자 등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해 보고 대출하면서 마치 은행에서 저축한 돈을 찾는 것처럼 즐거워한다는 것. 또 도서관에 없는 책을 신청한 뒤 신착 코너에서 책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어느새 ‘도서관 마니아’가 된다.

책을 읽었다고 자녀에게 곧바로 독후감을 쓰라고 종용하는 것은 아이들이 도서관과 가까워지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도서관 ‘동화랑 놀자’(부산 부산진구 부암3동)의 허운영 관장은 독후감 대신 ‘책 나무 키우기’를 권유한다. 아이 방에 큰 도화지를 붙여 놓고 나무 그림을 그린 뒤 나뭇잎 위에 도서관에서 읽은 책 이름과 글쓴이, 주인공 이름, 읽은 후 느낌 정도를 간단하게 적어 놓는 것. 책 잎이 무성해질수록 아이들의 책 읽는 재미도 커진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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