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우후죽순… 수준은 ‘글쎄’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교수 연구업적 평가 강화 “논문 많이 실어야 살아남는다”

기존 학회지 논문게재 어려우면 새 학회 만들기도

평가위원들끼리 ‘봐주기’ 많아… 질적 평가는 드물어

■ 5년새 3.5배 늘어 2006년 1435종

《국내 대학들이 교수 연구업적 평가를 강화하면서 논문을 싣는 학술지는 최근 5년간 3.5배나 늘었지만 학술지 평가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회는 학술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논문 게재 실적을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어 질적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따르면 학진에 등록된 등재학술지는 2002년 198종에서 2003년 276종, 2004년 471종, 2005년 692종, 2006년 902종으로 증가했다. 》

등재후보지도 2002년 483종에서 2003년 747종, 2004년 706종, 2005년 623종, 2006년 533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등재지와 등재후보지를 합치면 학술지는 2002년 681종에서 2006년 1435종으로 5년 동안 배 이상 늘었다.

등재학술지란 학진이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학술지 중 ‘우수 학술지’로 평가한 학술지를, 등재후보지는 등재학술지로 가기 위한 예비단계 학술지를 뜻한다.

▽왜 늘어나나=대학들은 신규임용, 승진, 정년보장 심사에서 교수 1인당 요구 논문 수를 늘리는 동시에 등재지나 후보지에 게재된 논문만을 업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기존에 발행해 왔던 학술지나 계간지 등을 등재지나 후보지로 속속 전환시켰다.

연구 방법상의 견해차로 인해 기존 학회지에 논문을 싣기 어려웠던 소장 학자들이 새로 학회를 만들어 신규 학술지를 만든 영향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학문 분과는 제목만 약간 다를 뿐 게재 논문의 성격이나 연구방법은 거의 차이가 없는 학회지가 3, 4개씩 난립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박헌호(국문학) 연구교수는 “성격이 유사한 학회지들이 난립한 학문 분과가 적지 않다”며 “학술지의 양적 팽창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등재 위해 평가항목 조작도=등재지나 후보지로 지정받으려고 학술지 평가항목을 조작하기도 한다.

A대학 박사과정 학생 김모(31) 씨는 2006년 1월 후보지 선정을 준비 중인 한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다.

그러나 2006년 3월 발행된 이 학술지에는 김 씨의 논문 투고일이 2005년 가을, 게재 확정일은 논문을 제출하지도 않은 2005년 11월로 적혀 있었다. 학술지의 발행 시점도 2005년 12월로 되어 있었다.

김 씨는 “학술지 편집위원들이 정시 발행 여부 평가에서 감점당하지 않으려고 투고일 등을 실제보다 앞당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학술지의 권위를 상징하는 논문 투고율이나 탈락률을 높이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거나, 대학원생의 논문을 포함시켜 수치를 부풀리는 행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번 선정되면 탈락 우려 없어=학진은 학술지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등재지는 등재 이후 2회 연속 80점 미만이면 후보지로, 후보지가 2회 연속 70점 미만을 받으면 후보지에서 탈락시킨다.

그러나 2004∼2006년 등재지에서 후보지로 떨어진 학술지는 전체 심사건수 357건 중 2종에 불과했고, 후보지에서 탈락한 사례는 2002∼2006년 10종에 그쳤다.

학술지 평가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평가위원도 등재지에 논문을 실어야 하는 처지인데 깐깐하게 평가해 등재지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학회에만 통보되는 심사결과 공개, 질적인 요소 평가 척도 개발, 학계 자율의 학술지와 학회 통폐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진 관계자는 “학술지 평가 사업 초창기인 최근 5, 6년간 질적 평가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정보 등을 활용해 질적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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