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기초체력이 약하다고요? 3단계 훈련 시작!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논술은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하지만 논술 채점 교수들에 따르면 이런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 새 학년이 되어 처음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다단계 글쓰기 훈련’으로 논술의 기초체력부터 길러보자. 다단계 글쓰기 훈련이란 ‘단어-문장-단락’ 순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글을 써보는 것. 글의 가장 작은 단위부터 쌓인 눈을 밟듯 자신의 생각을 꼭꼭 다져 넣는 것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평균 500∼600자 정도의 짧은 글을 통해 내 생각을 분명히 알려야 하므로 한 단어, 한 문장, 한 단락을 써도 의미가 명확하도록 써야 한다. 》

■논술 전문가 3인이 권하는 기본기 익히기 비법

논술시험의 채점요소 가운데 하나인 ‘표현력’도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는 “논술시험에서는 무슨 말인지 의미만 정확하게 전달된다면 표현이 세련되건, 소박하건 점수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이 명확한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되는 잘못된 단어, 문장, 단락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 논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어 표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점은 현학적인 용어를 쓰는 것. 고등학생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쓰면 글이 어색해질 수 있다. 맥락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해서 감점을 당할 위험도 있다. 자신이 충분히 ‘소화’한 쉽고 평이한 단어를 써야 한다.

‘멋있는’ ‘슬픈’ ‘억울한’ 등과 같은 수식어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 논술은 감정을 자극하는 글이 아니라 이성에 호소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만 사용하는 은어나 유행어도 피해야 한다. 한 단어가 여러 뜻으로 읽힐 수 있는 애매어나, 대상을 정확하게 한정짓기 어려운 모호어도 분명한 단어로 바꾸는 것이 좋다. 예컨대 ‘사춘기’라는 단어는 정확하게 ‘12∼16세’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문장 표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점은 문장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출마하기 전에 젊었을 때의 일이라든가, 서울시장이었을 때의 모습들을 통해 그가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사람들에게 불어 넣어 당선되었고, 그의 경제 공약 또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심리에 부응하므로 2008년 한국 경제는 발전할 것이다’라는 문장은 너무 길고 복잡해서 읽는 사람이 숨이 가쁠 정도다. 한 문장에 여러 생각을 무리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공약은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심리에 부응한다. 그러므로 한국 경제는 발전할 것이다’로 끊어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다. 문장이 길고 복잡할수록 전달력은 떨어진다. 가능하면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만 담도록 짧게 끊어서 쓰는 것이 좋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호응이 안 되는 비문도 자주 나타난다. 우리말은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비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문장을 짧게 쓰는 것이 좋다. ‘모두 그렇다’ ‘항상 그렇다’는 식의 단정적인 주장도 피해야 한다. 쉽게 반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만한 사람은 모두 성인병에 걸려’보다는 ‘비만한 사람은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가 더 설득력이 있다. 어색한 번역투의 문장은 매우 보기 흉하다. ‘∼되어질 수 있다’ 같은 표현은 능동문 형태로 바꾸거나 그냥 ‘될 수 있다’로 써도 된다.

단락 표현에서 보이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한 단락에 주제문이 여럿이거나 아예 주제문이 없는 경우, 근거로 제시할 뒷받침 문장이 불충분한 경우다.

민족사관고 백춘현 교사는 이런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군더더기 문장은 잘라내고 또 잘라내서 순수한 뼈대만 남기라”고 조언했다.

단락은 가능하면 두괄식으로 쓰는 것이 좋다. 주제문을 먼저 제시하고 부연 설명하는 것이다. 단락을 한참 읽어야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는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단락을 지나치게 자주 나눠서 글의 흐름이 끊어지거나 아예 단락 구분 없이 글을 통으로 쓰는 것도 좋지 않다. 하나의 단락이 완결성을 갖도록 단락 구분은 주제가 바뀌는 부분에서 하는 것이 좋다. 주제와 관련 없는 인용구를 끌어다 쓰거나, 짧은 글을 쓰는 데도 기승전결 형식에 얽매여서 형식적으로 쓰는 것도 자주 지적되는 문제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이사는 이런 표현상의 실수들을 고치려면 “좋은 글을 모방하여 써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각 대학에서 제시한 모범답안을 연습장에 몇 번이고 베껴 써보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하나씩 모범답안의 단어나 문장을 바꿔가는 것이 좋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논술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단어, 문장, 단락 쓰는 법▼

[단어]

▶현학적인 용어 대신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쉬운 단어를 써라

▶애매모호한 단어 대신 대상을 구체적으로 한정짓는 단어를 써라

▶은어나 유행어 대신 바른 표준어를 써라

▶주관적인 수식어 대신 객관적인 단어를 쓰라

[단락]

▶한 단락에는 하나의 주제문만 넣고, 나머지 문장은 주제문과 관련 있는 것들로만 엮어 짜라

▶기승전결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논리적인 순서에 따라 써라

▶단락 구분은 주제가 바뀌는 경우에만 하라

▶두괄식으로 써라

▶글의 맥락과 관계없는 인용구를 끌어다 쓰지 말라

[문장]

▶길고 복잡한 문장 대신 짧고 분명한 문장을 써라

▶번역 투의 수동태 문장을 대신 능동태 문장으로 써라

▶너무 강한 주장 대신 완곡한 주장을 하라

▶동일한 표현을 반복하지 마라

▶주술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 대신 문법적 어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써라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는 대신 자신의 언어로 바꿔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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