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사람&문화]<7>남양주 커피박물관 박종만 관장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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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팔당대교를 건너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좁은 농로로 접어들자 벽돌색 ‘성(城)’ 한 채가 나타났다.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커피향이 코끝을 휘감았다. 깔끔한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바리스타(커피 전문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박물관 박종만(47) 관장은 “한국 커피 역사가 1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커피를 잘 모르고 마시는 사람이 많다”며 “커피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어 박물관을 세웠다”고 말했다.

○ 커피의 일생 한자리에서 본다

100m²가 조금 넘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 안에는 4개 테마로 나뉜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커피의 역사와 일생, 문화 등을 보여 주는 1500여 점의 전시품이 진열돼 있다.

관람객은 입구에서 빌려 주는 음성 해설기를 이용해 커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9세기 중동 지역에서 사용되던 수동 그라인더(커피원두 분쇄기)를 비롯해 각양각색의 커피 분쇄기가 전시돼 있다. 커다란 나무통 안에는 자메이카, 케냐, 에티오피아 등 먼 이국(異國)에서 생산된 커피원두가 가득 담겨 있다.

한국의 커피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1895년 고종 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서 커피를 대접받은 것이 한국 커피 역사의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박물관에서는 1886년에 이미 황실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을 둘러본 뒤에는 바리스타들의 안내로 관람객이 직접 원두커피를 추출해 마실 수 있다. ‘원두커피 핸드드립’은 박물관 관람 코스 중 가장 인기가 높다.

○ 박 관장 “커피는 내 친구”

박 관장이 커피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9년.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업거리를 찾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왈츠’라는 일본 커피회사를 방문했을 때다.

그는 “당시 마신 커피의 향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귀국하자마자 서울 홍익대 앞에 ‘왈츠’라는 원두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장사도 잘돼 체인점이 70여 곳까지 늘었다.

체인점을 운영하는 틈틈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지역을 다니며 커피의 정수(精髓)를 느끼고 배웠다. “미국 하와이에 머물 때에는 1년간 커피를 마신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유럽 지역 등에서 100∼200년 된 카페를 보며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1996년 북한강변에 ‘왈츠와 닥터만’이라는 레스토랑을 열었다. 박물관은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인 지난해 8월 개관했다.

박 관장은 “레스토랑을 열 때부터 커피박물관을 세우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늦어졌다”며 “누구나 편하게 커피를 마시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촬영 : 김경제 기자

○ ‘한국산 커피’ 재배가 꿈

이 박물관 3층에서 커피와 관련된 박 관장의 ‘마지막 꿈’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의 작은 온실에는 10여 종의 커피나무 2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한국산 커피 생산’이라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험장이다. 박 관장은 매년 온도, 습도를 달리하며 커피나무의 내성을 키우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한국에서 생산된 커피를 직접 볶고 내려서 마시는 그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1층 레스토랑에서는 매주 금요일 클래식 음악회가 열린다. 커피와 예술을 접목하려는 박 관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커피박물관 바로 앞에는 영화종합촬영소가 있어 유명 영화배우들도 많이 찾는다. 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가 있다. 금남리, 새터유원지도 이곳에서 가깝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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