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장 주민소환 부결… 제도 보완 목소리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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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발목잡는 수단돼선 안돼”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6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결국 부결됐다. 전국에서 처음 추진된 주민소환이 ‘불발’됨에 따라 주민소환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모호한 법 규정 때문에 주민소환이 일부 주민의 이해와 상충하는 정책 추진 등에 대해서도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주민소환제 보완 필요성 대두

하남시 주민소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정부패 등 자치단체장의 비위가 아니라 광역 화장장 유치라는 ‘정책’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2차례에 걸쳐 주민소환이 추진되면서 김 시장은 38일간 직무가 정지돼 행정 공백이 생겼고 리더십에도 타격을 받았다. 주민소환 추진에 들어간 하남시 예산만 9억2000만 원으로 예산 낭비도 컸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혁신센터 금창호 소장은 “주민 의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번 주민소환투표의 의미는 크다”면서도 “제도의 기본 취지는 위법을 통제하자는 것인데 현행 주민소환법은 관련 조항이 모호해 비슷한 사례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 수석전문위원도 “꼭 필요한 시설을 추진하려던 지자체장이 주민소환투표까지 간 것은 안타깝다”며 “청구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주민소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는 주민소환투표의 청구 요건을 강화한 주민소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 광역 화장장 어떻게 되나

김 시장은 이날 주민소환이 부결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소환 찬반에 관계없이 대화를 통해 하남 발전을 위한 길을 찾겠다”면서도 “광역 화장장은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역 화장장 유치를 위해 거쳐야 할 의회의 동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치에 찬성했던 시의원 2명이 주민소환투표로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남시의원은 7명으로 이 중 4명(비례대표 1명 포함)이 광역 화장장 유치에 찬성했고 나머지 3명은 반대했다.

광역 화장장 유치가 무산된다면 하남시는 지난해 10월 유치 계획을 발표한 이후 1년 2개월간 성과 없는 정책에 행정력을 낭비한 셈이 된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추진하려던 지하철 연장 건설 등의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편 하남시주민소환추진위원회 측은 “시의원 2명을 소환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시장의 독선, 오만 행정을 계속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하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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