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일종]기름에 젖은 절망의 바다 태안 살리기 도와주세요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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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퍼져 버린 시커먼 기름띠, 아무리 걷어 내도 돌아서고 나면 또다시 밀려드는 악마의 검은 피, 물길이 조금이라도 닿은 곳이면 어느 한 곳 검은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검게 변해 버린 흑색의 바다. 자원봉사를 하러 찾은 태안 앞바다의 모습입니다. 검은 기름은 주민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태우며 삶의 터전을 온전히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생명의 바다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태안 앞바다는 원유 유출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환경을 지닌 제1의 해상공원’이라는 자부심 가득한 ‘희망의 블루벨트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은 천혜의 수려한 관광 및 어로 자원 덕택에 장차 서해안시대를 이끌 최고의 요충지이며 생명의 보고였습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이제 태안 앞바다는 순식간에 예전의 모습을 언제 되찾을지 모를 기약 없는 절망의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넋을 놓아 버린 양식업 종사자들, 갯벌이 삶의 희망이었던 지역 주민들, 울부짖으며 털썩 주저앉아 버린 어부들, 그리고 검은 기름띠에 범벅이 돼 죽어 가는 온갖 생명들이 이곳 바다의 암담한 앞날을 예고해 주는 듯했습니다.

다행히 검은 물결을 저지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렬과 너나없이 걱정해 주는 온정 어린 사연들이 실낱 희망으로 다가옴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그간 전국 탄광지대를 돌며 오염된 하천을 정화하면서 환경사업을 해 온 나로선 현재의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전 국민의 따뜻한 온정과 관심이라고 봅니다. 죽어 가는 바다를 다같이 살려 내겠다는 용기, 그것만이 슬픔으로 가득한 태안의 바다를 다시 살릴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류 사고는 해양 오염 사고 가운데 가장 극복하기 힘든 사고 유형으로 꼽힙니다. 화공의 물질에 의한 사고는 홍수나 태풍 피해보다 그 후유증이 훨씬 오래갑니다. 앞으로 완전 복구가 이뤄지기까지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만큼 대책도 단 한 번의 ‘재난지역 선포’나 ‘일시적인 자원봉사의 손길’에 그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도시락을 싸와서라도 예전의 관광지를 계속해서 찾아주는 온 국민의 지속적인 배려, 단 한 방울의 오염 물질마저도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대책과 관심이 상처 난 태안 앞바다를 되살리는 더 근본적인 대책입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름을 걷어 내고는 있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그곳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고향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많은 손길과 성원을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고향, 생명 에너지의 원천인 갯벌의 땅 태안 앞바다를 살려 주십시오.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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