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뚝… “당장 먹고살 길 막막”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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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지역경제 흔들

“장사는 끝났어유. 이젠 여기를 뜰지, 대책 없이 주저앉을지 결정할 일만 남았어유.”

11일 오후 7시 경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의 G횟집. 문 밖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주인 채숙녀(56·여)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전까지 하루 매상은 평균 50만∼100만 원. ‘기름 파도’만 몰아친 이번 주에는 아예 한 푼도 만져 보지 못했다.

“맑은 해변이 아니면 누가 이곳을 찾겠어유. 이제 기름과 악취로 뒤범벅이 됐으니….”

태안군 앞바다의 기름 오염은 우선 양식장과 어민에게 피해를 줬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 지역 다른 주민들의 삶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 관광객 발길이 끊겨 버린 해변가

주말이면 나들이객 5000여 명이 찾던 만리포해수욕장 해변에 요즘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해변가 횟집들도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다. 수족관에 있던 물고기까지 다른 지역 횟집에 내다 팔기로 한 것. 바다에 묻어놓은 해수탱크가 오염돼 수족관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천리포해수욕장에서 35년간 대를 이어 횟집을 운영해 온 신호철(41) 씨는 “겨울철에도 ‘갱개미(간재미·가오릿과의 심해어)’ 무침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자리가 동날 지경이었지만 이제는 옛일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숙박업소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이 해수욕장 주변의 C펜션 주인 송강신(67) 씨는 “지난 주말에 왔던 손님 두 팀이 ‘기름 냄새 때문에 못 견디겠다’며 환불을 받아 나갔다”며 “10년 넘게 쌓았던 명성이 이번 사고로 다 날아갔다”고 털어놨다.

사고의 여파는 기름띠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번질 태세다.

태안반도 남쪽인 안면도에서 숙박업을 하는 김모 씨는 “천수만 일대에 철새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철에 사고가 나서 큰일”이라며 “벌써부터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의 32개 해수욕장과 1165개 숙박업소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2000만 명이지만 이번 사고의 여파로 관광수입은 격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안군 관계자는 “사고의 여파가 단시일 내에 끝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경제의 주름이 깊어질 것”이라며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도록 대책을 세워야겠지만 청정 환경을 기초로 했던 관광사업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답답해했다.

○ 청정 이미지 훼손이 가장 큰 손해

태안군의 어패류 거래량은 뚝 떨어졌다. 청정한 자연환경을 이용해 벌였던 태안군의 다양한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산수협 등에 따르면 사고 이후 태안군 어촌계의 패류(貝類) 수매가 중단됐으며 어선들은 태안군의 안흥항 대신 보령, 대천항에 고기를 팔고 있다.

안흥판매사업소 관계자는 “어민들이 수산물에서 ‘태안산’이라는 꼬리표를 떼려 한다”고 말했다.

태안군은 게르마늄 모래를 이용해 최상급 바지락을 길러내는 ‘게르마늄 명품 바지락’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맞춰 미국으로 첫 수출을 하려 했으나 이번 사고로 상품 출하를 연기했다.

도시민들의 인기를 모았던 ‘독살체험 관광사업’도 소원면, 이원면의 독살이 오염돼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독살은 밀물, 썰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쌓은 해변의 돌담이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촬영 :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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