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활자 이탈’ 심각 국민적 책읽기운동 나서”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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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巖波書店 전 대표 오쓰카 씨

“최근 일본은 ‘활자 이탈’이란 문화 붕괴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출판계는 물론 범국민적 독서보급운동이 필요합니다. 출판 편집인은 그래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스물네 살 초짜 편집부원으로 시작해 일본의 지성을 대표하는 출판사 사장이 되기까지 40년. 평생 한길을 걸어온 출판인이 한국을 찾았다. 오쓰카 노부카즈(大塚信一·68·사진) 전 이와나미쇼텐(巖波書店) 대표. 이와나미쇼텐은 1913년 고서점으로 출발해 ‘이와나미문고’ ‘이와나미신서’ 등으로 ‘이와나미 문화’라는 말을 낳은 일본 지식문화의 산실로 불리는 출판사다.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길사)의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한 오쓰카 전 대표는 “일제강점기로 많은 빚을 진 한국에서 책을 내게 돼 더욱 특별하다”며 “젊은 출판 편집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제가 ‘한 출판 편집자의 회상’이다.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편집인으로 살아온 커리어를 정리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것을 통해 배울점이 있지 않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출판계 이직률이 높다고 들었다. 노동조건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출판사는 조직의 이익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한 나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다. 세계 전체의 공영을 돌봐야 한다. 그런 노력의 과정이 담겼다고 봐 줬으면 좋겠다.”

―출판사도 결국 영리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의 몇몇 대형 출판사는 출판의 기본 이념에서 벗어나 이익 추구에 집중한다. 본질을 벗어난 셈이다. 출판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 전제는 인류의 지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기본이 틀어져서는 안 된다.”

―일본은 그런 가치를 지킬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나.

“젊은이들의 ‘활자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생이 신문도 읽지 않는다. 일본 출판 규모는 만화를 포함해 2000억 엔 정도지만 슬롯머신 사업은 30조 엔에 이른다. 문화의 균형이 무너졌다. 대책 마련을 위해 ‘활자문화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매우 높다고 들었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활자문화추진위원회라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출판사와 신문사, 서점문화위원회 등이 모인 단체다.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독서 보급에 힘쓴다. 가시적인 운동으로는 ‘북스타트 운동’이 있다.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책에 친근해지도록 만드는 캠페인이다. ‘아침독서 운동’도 있는데 중학생들이 등교해 수업시간 전에 30분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운동이다.”

―한국의 젊은 출판 편집인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편집인은 24시간 근무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판단력을 갖추려면 항상 공부해야 한다. 특히 젊은 학자들과 모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들을 한데 엮을 수 있는 지성적 틀을 마련하는 것도 편집인이 할 일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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