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초등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코멘트
■ 논제

다음 그림을 보고 ‘플라세보 효과’란 무엇인지 추측하여 뜻을 쓴 후, 플라시보 효과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자세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여 쓰세요. (600자 내외)

▶지난주 논제 전문은 easynonsul.com에 있습니다.

■ 논제 분석

‘플라세보 효과’ 또는 ‘위약(가짜 약) 효과’라고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논제에 주어진 그림에 나온 것처럼,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다고 믿는 것만으로 진짜 효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한 영양제를 두통약이라고 해서 먹었더니 두통이 씻은 듯 사라졌다거나, 사실은 1km나 남은 마라톤 코스를 “200m도 안 남았다”는 말만 믿고 전력 질주해서 통과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다. 이것은 모두 가짜를 진짜처럼 써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지만, 반대로 나쁜 결과로 끝난 플라세보 효과도 있다. 가령 언젠가 원양어선의 냉동실에 사람이 갇혔는데, 그는 추위에 떨다 못해 몸이 차차 얼어갔고, 끝내는 얼어 죽었다. 그러나 사실은 냉동실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람은 자신이 냉동실에 갇혔다는 믿음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추위를 느끼고, 얼어 죽기까지 한 것이었다.

플라세보 효과의 교훈은 무엇일까? 사람은 ‘믿음’에 따라 얼마든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두통약을 먹었다는 믿음만으로 두통을 깨끗이 없애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동양의 옛 이야기 가운데는 밤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 화살을 쏴서 잡았다는 사냥꾼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날이 밝은 뒤에 보니 호랑이인 줄 알았던 것은 큰 바위였고, 사냥꾼이 쏜 화살은 바위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바위라고 생각했으면 결코 발휘할 수 없었을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믿음’의 힘을 잘 이용하면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의미도 생각할 수 있다. 약제사가 가짜 약을 준 것은 환자를 골탕 먹이려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조금이라도 낫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때로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숨기거나 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환자가 자신의 약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무리 “이건 두통약이다, 두통약이다” 했어도 별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믿음의 힘을 이용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아닐까? 또 아무리 선의의 거짓말이라고는 해도, 자기 마음대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가령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의 어머니가 쓰러졌다고 하자. 그 사실을 학생에게 숨기는 게 옳겠는가, 알리는 게 옳겠는가?

플라세보 효과는 언제나 기대할 수 없으며, 과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플라세보 효과로 가능하다면 굳이 애를 써서 과학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플라세보 효과의 뜻을 잘 이해한 다음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서 자신만의 주장을 써보자.

핵심 연계 교과 분석
교과목학년연계 단원
도덕
도덕
462. 내 힘으로
1. 성실한 생활

■ 학생글

선찬영·인천 인천굴포초등학교 5학년

그림에서 보면 약사가 통증과는 상관없는 가짜 약을 주었는데도 환자가 진짜 약이라고 믿고 먹은 후 실제로 병이 나았다고 한다. 이처럼 실제로는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이 아닌데도 단지 환자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믿고 먹음으로써 실제로 병이 낫는 현상을 플라세보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언젠가 급하게 음식을 먹고 배가 몹시 아픈 적이 있었다. 엄마랑 병원에 가려고 준비하는데 할머니께서 나를 무릎에 눕게 한 후 ‘할머니 손은 약손’ 하시면서 배를 한참 동안 문지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쪽같이 나아 버렸다. 약도 먹지 않고 어떤 치료도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의 손길이 닿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금방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니까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되었고 이것이 신체에 좋은 영향을 주어 아픈 증세가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할 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믿음이 있다면 누구나 안심하게 될 것이고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일이 더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플라세보 효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갖고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곽미주·부산 장서초등학교 6학년

며칠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긍정의 힘’이라는 말을 검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검색해 본 것이었지만 약간 재미있으면서도 아주 놀라운 이야기하나를 읽게 되었다. 1950년, 영국의 어떤 선원이 배 안의 냉동 컨테이너에 갇혀서 죽게 되는 실화였다. 배에 갇혀 있던 선원은 쇳조각 하나를 발견해서 자신의 몸이 얼어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해서 적어나갔다. 항해가 끝난 후, 문을 열어 보니 그 선원은 죽어 있었다. 하지만, 더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속 온도가 섭씨 19도였던 것이다. 자신의 몸이 얼어붙어 갔던 그 과정도 반드시 자신이 죽을 거라는 그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플라세보 효과 또한 그렇다. 약사가 주는 그 약을 먹으면 반드시 나을 거라는 환자의 생각으로 믿음이 만들어졌기에 플라세보 효과가 가능했던 것이었다. 플라세보 효과 덕분에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운명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배울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세보 효과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정도로 강한 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또한 시험을 잘못 쳤거나 아주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정말 불안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그 뜻대로 일이 잘 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플라세보 효과의 힘을 빌어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항상 긍정적인 좋은 생각만을 한다면 언제나 좋은 일만 가득한 우리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총평

주제 뒷받침할 사례 하나만 들어 설득력 부족

선찬영 학생의 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는 점에서 아주 좋습니다. 다만 단 한 가지 사례만 들고 그것으로 글의 주제를 모두 설명했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다’와 같은 결론은 글쓴이의 경험만으로는 나오기 어려운 결론이겠죠?

그 사례도 약간은 달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 손이 약손이라는 믿음 때문에 배가 나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할머니가 배를 잘 주물러 주셔서 장의 운동이 좋아졌기 때문에 배가 나은 건 아닐까요?

별로 긴 글이 아닌 만큼 쓰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해서 쓸 필요가 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았을 플라세보 효과의 의미를 세 줄 넘게 설명한 점도 다소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더 효과적으로 지면을 사용하세요.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부분을 보면 문장력이 뛰어난 학생입니다. 플라세보 효과의 긍정적인 면을 서술한 결론 부분도 아주 깔끔합니다. 다음에는 그런 결론이 더 그럴듯하게 뒷받침되게끔 글을 꾸며봅시다.

곽미주 학생은 글의 앞부분에 누가 읽어도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고, 그 의미를 풀고, 다시 그 의미를 확장해서 이해한 다음, 그 활용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글을 마쳤습니다. 대단히 좋은 구성이라고 하겠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으며, 저절로 설득이 되게끔 하는 구성이죠. 글 솜씨가 상당한 학생인 것 같군요.

다만 부분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네요. 먼저 냉동실에 있다는 믿음 때문에 얼어 죽은 사람의 이야기는 ‘믿음이 현실을 낳는다’는 점에서 플라세보 효과와 맥락은 같지만 효과는 정반대로 부정적으로 나타난 사례입니다. 플라세보 효과를 이야기할 때는 우선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사례부터 들고, 부정적 효과도 있음을 얘기할 때 이 사례를 드는 편이 더 나았겠죠.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일이 잘 풀리더라’는 경험은 플라세보 효과의 교훈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직접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플라세보 효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사실을 모른 채 믿음으로서 얻은 긍정적 효과’에 ‘부정적 효과’를 덧붙이고, ‘사실을 알면서 강한 믿음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결론을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을 통해 이끌어 냈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글의 진행을 너무 급하게 하거나 비약하지 말고 차분하게, 읽는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며 쓴다면 더 좋은 글이 되겠습니다.

이언정 한우리 독서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

다음 글을 읽고, 초등학교의 ‘점수형 성적표 부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하세요. (600자 내외)

최근 서울과 광주의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에 한 번 객관식으로 전체 초등학생이 동시에 치는 시험이 다시 실시되어 학생의 개인 점수와 학년 평균을 표기한 점수형 성적표가 발송됐다. 교사들은 이런 성적 통지표가 학생들의 ‘성적 줄 세우기’를 부추기고,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학원에 의존하는 성적 경쟁을 과열시킬 거라고 걱정하고 있다. 반면, 일부 학부모는 자녀 학습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며 이를 반기고 있다.

◎ 이 사이트로 보내세요

아래에 있는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에 대한 글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내 주세요. 잘된 글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글 보내실 곳: www.easynonsul.com→초등논술→논술클리닉(www.easynonsul.com/Primary/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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