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인구]‘토종 MBA’ 평가기준 만들자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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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문대학원(MBA) 프로그램은 미국이 근원지이다. 기업 활동이 다양해지고 전문화되면서 내외부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경영교육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됐다. 이러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대학들이 MBA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기업 현장에서 폭넓은 전략적 사고를 하며 리더십을 발휘해 사업을 이끌어 나갈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996년 처음으로 MBA를 모집하여 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인가해 추가로 몇 개 경영대학에 MBA 프로그램이 설치되면서 토종 MB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AIST를 제외하고는 국내 MBA가 설치된 지 불과 1년 남짓한 상황에서 일반인이나 MBA 지원자, 졸업생 채용 기업이 MBA 프로그램을 올바르게 비교 평가하기에는 정보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봄 국내 4개 MBA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두뇌한국(BK)21 사업 중간 결과가 마치 전체 MBA 순위를 매긴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면서 자칫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할 우려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제 국내에도 MBA 시장이 막 형성되는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MBA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상호 기준조차 다른 데이터가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기보다는 공통적 합의와 근거에 의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세계경영대학협회 인증(AACSB)과 파이낸셜타임스, 비즈니스위크,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와 같은 해외 언론의 MBA 랭킹 발표의 경우 매우 다양한 항목이 까다로운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인증된다. 발표 기관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학교 구성원과 프로그램의 다양성 정도, 연구 역량, 동문의 경력 개발과 연봉 상승률, 동문의 MBA 만족도, 기업 인사담당자의 학교평가 등 다면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실제 MBA 지원 학생의 MBA 진학 목적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MBA 지원 동기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조사를 해 보면 경력 전환 및 전문지식 습득, 핵심 역량 강화 등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MBA의 질적인 가치를 무시하고 연봉 상승률이나 취업률로 단편적으로 MBA 프로그램을 평가해서는 국내 MBA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처음으로 MBA 프로그램을 개설한 KAIST 경영대학은 2001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의 글로벌 MBA 랭킹에 참여하고 있다. 2003년에는 AACSB 국제인증을 취득하는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MBA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취업률 또한 미국 MBA Career Services Council 규정(졸업 후 3개월 시점의 데이터를 보고)에 맞추어 매년 5월에 통계를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에는 학생, 교수, 동문,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MBA 요구조사’를 실시해 데이터를 수집해 반영했으며, 2005년에는 ‘10주년 기념 동문 현황조사 프로젝트’를 통해 10년간 배출한 동문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 활약상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제 바야흐로 국내 경영대학에 MBA가 태동하고 자리 잡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는 때인 만큼 국내에서도 MBA 프로그램들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하루빨리 마련돼 토종 MBA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인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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