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부정부패, 국가순위보다…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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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의미는 꿈틀거리면서 추가되고 변화한다. ‘떡값’이라는 단어도 말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된 대표적인 사례다. ‘떡값’은 설이나 추석 때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 수당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말의 의미를 그렇게만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바치는 돈’ 즉, ‘뇌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우리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뭘까.”라고 물으면 눈치 빠른 학생은 “떡이요”라고 답한다. ‘떡값’은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정과 부패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표1>은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로, 해당 국가 공직자의 부패 정도를 순위로 매긴 것이다. 부패인식지수 점수가 높고, 순위가 높을수록 깨끗하고 정직한 나라라고 보는 것이다. 2007년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43위를 했다.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는 아직 요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위를 목표로 삼았던 현 정부로서는 난감한 결과였다.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정권교체의 시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통계자료 해석의 문제로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이 자료가 발표되자 많은 사람이 “작년에는 42위였는데 올해는 43위로 한계단 퇴보했다”고 말하며,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통계자료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교 대상과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표2>를 살펴보면, 부패인식지수에서 단순히 순위만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비교 대상 국가의 수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63개국 중 42위와 2007년 180개국 중 43위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순위가 아니라 점수를 가지고 평가해 보자. 비록 경제 발전 정도가 비슷한 나라에 비해서는 점수가 낮지만 2000년 이후 부패인식지수 점수가 소폭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점수의 상승은 청렴도의 증가를 의미함). 소위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부정부패 문제로 돌아가자.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 부정과 부패가 횡행하고 있는 것일까. <표3>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세계부패척도(GCB)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물에 대한 경험과 태도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한 결과이다. 우리의 예상과 마찬가지로 정치 분야의 부패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표4>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 지도계층의 비리를 단호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사회에 널게 퍼져 있는 부정과 부패다. 소득이 높다고 그 나라가 선진국은 아니다.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정의로움이 실현될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청렴하고 정직한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떡값’의 부정적 의미가 사라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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