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비둘기와의 전쟁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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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도시의 비둘기는 ‘닭둘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몸이 비대해진 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빗대 붙여진 이름이다.

늘어난 비둘기 때문에 불편과 위생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서울시가 ‘비둘기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 “수도권 비둘기 100만 마리 넘어”

한국조류협회는 2006년 말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서식하는 비둘기가 1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송순창 대한조류협회 회장은 “원래 비둘기는 1년에 2, 3회 번식을 한다. 그런데 요즘은 먹이를 구하기가 쉽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계절 번식해 1년에 6, 7회까지 알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수가 늘어나는 만큼 사람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배설물이 사람들에게 직접 떨어지거나 거리나 자동차를 훼손하는 것은 경미한 피해에 속한다. 배설물 안의 세균은 인체에 침입해 폐질환과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깃털과 배설물은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비둘기 배설물은 강한 산화력을 갖고 있어 철근이나 콘크리트의 부식을 초래한다.

지난달 북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도로의 교량 하부를 점검한 건설안전본부 산하 북부도로관리사업소 측은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부식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궁 등 문화재의 피해도 적지 않다.

○ 먹이주는 사람에 벌금 부과 추진

서울시는 교량과 문화재 등 시설물 보호를 위해 비둘기의 집단 서식지마다 끈끈이 성분의 ‘조류 기피제’를 설치하고 있다.

청계천 다리 중 비둘기 때문에 시민들의 민원이 많았던 배오개다리, 마전교, 오간수교 등 3곳에도 조류 기피제를 설치했다.

문제는 서식지를 잃은 비둘기들이 주택가로 이동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 우장산공원 등 대형 공원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비둘기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7, 8월 반상회보를 통해 비둘기 피해 해소 방안 등을 안내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비둘기 개체 수가 더 늘지 않도록 불임제를 혼합한 먹이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둘기를 유해조류로 분류하고, 조류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비둘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은 북부도로관리사업소로 연락하면 된다. 문의 02-987-5805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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